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타워크레인 사고가 또 났다. 평택의 아파트공사 현장에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 지난 9일엔 용인시 물류센터 공사현장에서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 5월에는 남양주시 아파트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의 기둥이 부러지면서 3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부상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의정부 아파트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 중에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올 한해만 19명이 목숨을 잃고 46명이 부상했다. 올해는 지난 5년 평균에 비해 4배나 많은 사고가 나고 있다. 사고는 작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때가 바로 건설 경기가 호황으로 접어드는 시기다. 타워크레인 도입이 2015년에 비해 배로 늘어났다. 타워크레인이 2년 새에 3000대에서 6000대로 늘어났으면 그에 합당한 점검 체계 정비와 안전대책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크레인 전문 인력은 한계가 있는데 갑자기 장비가 배로 늘어나니까 크레인 조종사와 조립·해체 인력의 업무가 과중되고 피로가 배가 되어 사고로 연결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안전이 문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실을 못 따라가는 행정이 안전참사를 부르고 있다.  
타워크레인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고 인도 가까이 설치돼 공사가 진행되는 건 흔히 목격되고 있다. 특히 무인 타워크레인은 더욱 큰 문제다. 만약 타워크레인이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주민들을 덮치는 경우 대형사고는 피할 수 없다. 타워크레인 사고로 길 가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16일 국토부와 노동부는 설비안전성 강화, 안전관리책임 강화, 생산된 지 20년 넘은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등을 담은 ‘타워크레인 재해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전수조사를 하고 조종사와 설치·해체 작업 노동자를 교육하겠다고 했다. 정부 발표가 무색하게 타워크레인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정부의 종합대책에 따라 전수검사한 곳이 평택인데 ‘종합대책’이라는 것이 시늉을 하는 정도에 그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가 문제의 맥도 못 짚고 있는 것 아닌가. 정부의 냉정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사고가 터지면 으레 전수조사 한다, 철저한 대책을 세운다고 요란법석을 떨고 언론에 대서특필되지만 지나놓고 보면 실질적인 전수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철저한 대책은커녕 임시방편의 대책조차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국토부가 밝힌 바에 의하면 국토부 직원 2명이 6곳의 외부기관과 함께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타워크레인이 6000개에 이르는데 꼼꼼한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체계 아닌가 싶다. 정부와 국회, 정치권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면 이처럼 부실한 안전점검을 통과의례로 진행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타워크레인 종합 점검팀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예산과 인력을 배치해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문제의 평택 크레인은 민간검사업체가 8일 전에 점검하고 합격 판정을 냈음에도 사고가 터졌다. 이 검사업체는 사고를 낸 용인의 크레인도 합격 판정을 낸 곳이다. 이 업체가 검사한 크레인의 합격률이 98%에 이른다고 하니 얼마나 부실한 검사가 이루어졌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 업체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점검은 대부분 민간업체가 맡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점검을 민간에 넘기는 결정을 했다.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업체에게 맡긴 것 자체가 안전은 안중에 없는 사고의 표현이었다. 정부가 안전에 역행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여객선에 대한 안전점검을 민간에 넘긴 것이 세월호 참사로 연결됐다.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검사를 민간업체에게 맡김으로써 오늘의 참사는 예견됐다고 할 것이다. 정밀진단을 위해서는 비파괴 검사가 제대로 돼야 하는데 민영화로 인해 비파괴 검사의 부실을 불렀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는 선, 국영은 악’이라는 오도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정권 아니었나 싶다. 촛불항쟁으로 정부가 바뀌었다. 정부가 바뀐 게 의미 있으려면 ‘역주행의 역사’를 되돌리는 것이다. 각종 안전점검에 대한 민영체제를 되돌려 국가가 안전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각종 안전점검은 국가가 책임을 맡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고가 반복되는 또 다른 이유는 하도급 구조다. 타워크레인 업무를 이익의 수직적 구조에 내맡김으로써 안전과 사람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 단축과 이윤 확보에 매몰되게 만들었다. 공기 단축 압박에 시달리는 탓에 타워크레인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과로에 시달리게 되고 과로는 사고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하도급 구조가 일부 유지되는 경우에도 사고가 나면 원청이 처벌 받을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아울러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정한 의미의 종합대책을 내야 한다. 안전검사의 민영화를 되돌리고 하도급 구조를 혁파하며 원청이 처벌받을 수 있는 법제 정비가 이루이지고 노동자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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