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김윤석.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영화 ‘1987’ 김윤석.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시나리오 초고 단계서 ‘박처장’ 역할 제안 받아

역할 부담됐지만 꼭 필요한 인물이기에 수락해

철저한 자료조사·연구로 높은 싱크로율 선보여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2017년은 6월 항쟁 30주년이에요. 올해를 넘기지 않고 영화가 개봉하고,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치욕적이었던 조선 시대의 사건을 그린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에서 예조판서 ‘김상헌’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이 이번엔 근현대사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 ‘1987(감독 장준환)’로 관객을 다시 찾았다.

영화 ‘1987’은 한 젊은이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골리앗같이 강고한 공권력과 부딪히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격동의 1987년 6월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윤석은 이번 영화에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박처원 치안감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박처장’으로 분했다.

투박하면서도 서늘한 평안도 사투리, 매서운 눈빛 등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박처장은 박종철의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 요구를 잠재울 ‘김정남 간첩단 사건’을 기획하고 추진한다.

“장 감독님이 시나리오 초고를 보여주면서 이 영화는 악역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만드는 게 적합할 것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영화에서 악역은 박처장인데, 그 역할을 제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1987’ 김윤석. (제공: CJ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영화 ‘1987’ 김윤석. (제공: CJ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부산 혜광고 출신인 김윤석은 박종철 열사와 고등학교 2년 선후배 지간이다. 또 1987년 당시 대학생이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최루탄 냄새 가득했던 대학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 역할을 제안 받고 많은 갈등을 했다. 그러나 박처장 역할을 누군가 맡아야 영화가 제작된다는 생각에 장 감독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회상했다.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에 출연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잘못 선택하면 거대한 후폭풍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윤석은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했다. 그는 “역사를 다룬 영화에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료조사”라며 “원래 없는 건지 아니면 없애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대공처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더라. 그래도 백방으로 자료를 찾았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이후 박처원 치안감이 신문 인터뷰 한 자료도 찾아서 정독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력은 영화에 그대로 드러난다. 실존인물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한여름에도 두꺼운 패드를 입고 연기했다.

“인터넷에서 ‘몸짱패드’라는 걸 팔아서 하나 구입했어요. 그걸 그대로 쓰는 건 캐릭터에 맞지 않으니 소재랑 만든 법을 연구해서 소품팀과 같이 하나 만들었죠. 고집스러움과 위압감을 표현하기 위해 마우스피스를 입에 장착하고 턱을 두드러지게 해서 연기했어요.”

그가 외적인 부분만 신경 쓴 것은 아니다. 실제인물이 1950년 월남해 30년간 서울에서 생활했다는 것을 고려해 평안남도 사투리를 쓰되 너무 두드러지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김윤석은 “평안도 사투리는 남한의 서울말처럼 북한의 표준말이라고 하더라”라며 “남북정상회담에 나오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평안도 말은 억양도 세지 않고 정제된 단어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영화 ‘1987’ 김윤석. (제공: CJ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영화 ‘1987’ 김윤석. (제공: CJ엔터테인먼트)ⓒ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18

영화적 재미를 위해 사용된 장치 중 하나가 이미 각종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특별 출연자 찾기다. 김윤석은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말하며 여진구, 강동원, 설경구 외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특별 출연자를 밝혔다. 바로 장준환 감독의 아내이자 대학 시절 운동권 활동을 열심히 한 배우 문소리다. 그는 “6월 항쟁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우렁찬 목소리는 문소리의 목소리”라며 “문소리가 촬영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1994년 영화 ‘어린 연인’을 통해 단역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데뷔 이후 코미디·스릴러·판타지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김윤석은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나오면 출연한다”며 “상황이 어떻든 좋은 작품은 피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영화 ‘1987’이 크랭크인 될 당시 장미대선이 치러지기 전이었고, 국면이 어떻게 변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김윤석이 ‘1987’을 선택한건 시나리오가 좋아서다. 그는 “영화가 크랭크인 될 당시는 장미대선이 치러지기 전이라 누가 투자를 할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말하며 허허 웃었다.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출연을 꺼릴 법도 한 영화지만 김윤석은 오직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를 본 관객은 김윤석의 말을 수긍할 것이다. 영화는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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