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그리스의 재정통계 부실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진 가운데 한국의 재정통계가 국제적인 기준을 충족시켜 정확하다는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공공부채는 공기업 부채를 제외해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지만, IMF가 공식적으로 실사 보고서를 통해 재정통계의 신뢰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재정통계와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국제수지, 통화통계 등 통합재정 관련 통계에 대한 국제기준 이행평가(ROSC. Reports on the Observance of Standard & Code) 결과 모두 국제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정부채무가 지난해 경기부양책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까지 늘었지만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예상치인 95%보다 매우 낮은 수준으로 재정건전성뿐만 아니라 재정통계의 신뢰성도 세계적 수준임을 인정받았다.

◇IMF "재정통계의 정확성.신뢰성 확보"
IMF의 ROSC는 회원국의 국제기준 준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1999년 1월 도입한 것으로 이번 재정통계 분야는 6개 부문 22개 항목을 평가했다.

우선 '정확성과 신뢰성' 부문에서 IMF는 원자료와 출처자료의 평가, 중간 집계 관련 등 세부 항목 모두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의해 자동집계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함으로써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재정통계 작성의 법적, 제도적 환경구축 여부와 통계의 질적 수준이 적절히 유지되는지를 따져보는 '전제조건' 부문의 4개 항목 모두 국제기준을 준수해 "통계 관련 직원교육 등을 통한 환경구축과 디지털시스템에 의한 주기적인 통계의 정합성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는 통계 작성기관의 전문성과 통계정책의 투명성을 점검하는 '통합성' 부문은 "적정한 능력의 담당자가 업무를 수행하며 자료는 통계적 목적만을 위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된다"고 평했다.

재정통계의 근거가 되는 국제기준에 적합하게 작성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방법론적 건전성' 부문에서도 개념 및 정의, 범위, 분류, 기록 기준 등의 세부항목에서 국제기준을 준수했다고 IMF는 밝혔다.

이밖에 IMF는 "재정통계는 국제기준에 따라 매월 발표되며 변경사항이 있을 때는 이용자에게 적절히 공개된다"며 "통계에 대한 설명은 홈페이지와 책자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공표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통계의 정확성이 중요한 까닭
유럽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통계의 부실에서 시작됐다.

그리스는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재정적자 수정치를 보고했는데 2009년 재정적자 전망치가 6개월 전에 보고했던 국내총생산(GDP)의 3.7%가 아니라 12.7%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스의 재정적자 규모도 크지만, 재정통계가 불과 반년 만에 엄청난 차이를 보일 정도로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불거진 것이다.

부실통계가 부른 재정위기로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게 됐으며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정크)으로 추락했다.

헝가리 역시 허위통계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헝가리 새 정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재정적자가 GDP 대비 7.5%로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과도정부가 물러나기 직전까지 IMF와 합의한 올해 목표(GDP의 3.8%) 달성이 순조롭다고 말한 것과 매우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신구 정부 간 갈등으로 디폴트 우려가 증폭되자 뒤늦게 헝가리 정부는 디폴트는 과장된 것이라고 진화했지만, 이전 정부가 세운 2010년 예산에는 수많은 심각한 거짓말과 눈속임이 있다고 밝혀 세계 금융시장은 또 한 번 부실통계로 휘청거렸다.

그리스와 헝가리 사례에서 보듯이 부실한 재정통계는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방만한 재정집행으로 이어져 국가를 파산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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