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땅·종교의 이름으로 만신창이가 된 저주의 땅, 바로 ‘예루살렘’이다. ‘평화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이 예루살렘이 왜 평화의 이름 대신 지옥의 땅이 됐으며, 중동의 화약고가 됐을까. 참으로 역사와 종교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예루살렘이 이같이 된 데는 기독교(21억)와 이슬람(16억) 나아가 유대교(1500만)의 성지라는 데서 비롯된다.

이 예루살렘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먼저 유대인은 모리아산(성전산)에 성전을 세웠다. 그러나 AD 70년 로마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고, 유대인들은 실향민이 돼 2000년 동안 세계를 떠도는 신세가 됐다. 그런 와중에도 예루살렘성이 불타기 전 헤롯 왕 때의 모습을 그나마 간직하고 있는 서쪽 성벽인 통곡의 벽은 전 세계 유대인들에게 위안을 주는 순례지다. 기독교인에게도 예루살렘은 제1의 성지다. 예수가 자주 찾던 감람산은 물론 부활 승천한 ‘예수승천교회’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던 곳,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했던 곳,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했던 겟세마네교회(만국교회), 주기도문교회, 막달라마리아교회가 있으며, 약 3000년 전 이곳에 도읍을 정했던 다윗 왕의 무덤과 예수의 어머니를 기리는 마리아영면교회 등이 있는 곳이다.

이슬람교도들에게도 예루살렘은 예언자 마호메트가 모리야 바위 위에서 말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황금사원이 있는 곳이며, 메카, 메디나와 같이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또 오늘날 예루살렘 성벽 안쪽, 옛날 유대교 지성소가 있던 자리에는 이슬람 사원인 알 아크사 사원이 있다.

이같이 첨예한 지역에 대해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전격 선언하고, 주 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라고 지시하므로 중동은 물론 세계는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 선언으로 트럼프의 계산과는 다른 이스라엘과 미국, 아랍권과 세계라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면서 예기치 못할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를 위시해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독립투쟁)’는 더욱 거세지면서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까지 합세하자 이스라엘은 탱크와 전투기까지 동원하면서 이미 지구 서쪽뇌관은 터진 상태다. 이는 어쩌면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의도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트럼프에 이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럽을 방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예루살렘은 항상 우리의 수도였으며 다른 누구의 수도인 적이 없었다”면서 “3천년 동안 이스라엘의 수도였고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동안 유대인 국가의 수도였다”고 말했다. 또 “그것은 매우 훌륭한 책인 성경에서도 읽을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3천년 이전에는 누가 살던 곳이며, 70년 수도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라면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는 분명 모순이 있으며, 어쩌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찌됐든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이 같은 선언과 발언들은 어디서 기인한 것이며 무엇이 문제인지 그 배경부터 살펴보자.

거두절미하고 예루살렘 성전은 약 BC 1000년 전, 다윗 왕에 의해 설계됐고, 솔로몬 왕에 의해 완공됐다. 이후 예루살렘 성전은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에 의해 파괴된 후, BC 500년에 재건됐다.

사연인즉, 솔로몬의 범죄로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분열된 후, 앗수르·바벨론·페르시아·헬라·로마에 의해 차례로 점령되면서 약 2000년간 식민지생활을 하게 된다. 이런 혼돈 속에서 예루살렘은 십자군 전쟁으로 몇십년을 제외하고는 이슬람의 예루살렘이 되어 자연스럽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게 됐다. 그 후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이스라엘은 기독교국가인 영국이 점령하게 됐고, 영국은 이스라엘의 재건을 약속하게 되니 곧 디아스포라의 시오니즘(성서에 약속한 시온산으로 돌아가자는 유대인들의 투쟁이며 정치적 운동) 결과다. 이로 인해 2천년간 살던 팔레스타인은 쫓겨나게 되고 결국 1948년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 건국하게 된다. 그러나 UN 등 국제사회는 종교간 갈등과 분쟁을 이유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국제관리 도시’로 현재까지 남아 있는 상태다.

1977년까지 이스라엘의 수도는 텔아비브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요르단의 영토인 동예루살렘마저 무단 점령하고 국회·행정부 등을 옮겨 행정수도로 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수도라 우기지만,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천주교의 지도자인 교황마저도 동예루살렘까지 전체를 수도로 하는 데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으로 동진하려는 음흉한 계략이다. 이는 아랍권을 자극시켜 분쟁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데 있다. 실제 아랍국을 자극해서 공격하도록 유도한 뒤, 대승을 거둔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이 바로 그 실례라 하겠다. 이스라엘은 자칭 이스라엘 땅에서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는 요르단 서안지구(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등에 대해 아랍권(팔레스타인 포함)의 공격을 빌미로 영구히 몰아내고자 구실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랍 국가들(팔레스타인)은 이미 1945년 땅을 잃고 쫓겨난 입장에서 또 다시 쫓겨난다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자존심의 문제가 돼 버렸다. 미국은 이처럼 미묘한 틈바구니 속에서 이스라엘의 편을 들며 아랍국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지구의 뇌관을 건드려야만 했을까. 미국은 인구의 71%가 기독교인이다. 그중 1/3이 극보수성향의 복음주의자들이다. 이 극보수의 기독교 복음주의그룹이 지난 대선 때 트럼프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보내며 대통령에 당선시킨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유대인 파워로 억만장자, 로비스트, 정계, 재계, 언론계 등을 실질 장악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의 주범격인 쿠슈너 역시 트럼프의 사위이자 유대인이다. 이상으로 볼 때, 트럼프의 돈키호테식 돌발 발언과 행동 이면에는 바로 그들이 있으며, 그들의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그들을 중심으로 하는 보수층의 재결집을 꾀하며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금번 호에서는 예루살렘과 관련된 외면을 알아 봤다면, 다음 호에서는 예루살렘의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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