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1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반갑게 미소지으며 악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APEC 정상회의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1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다낭 크라운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반갑게 미소지으며 악수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사드·북핵·경제’ 난제 안고 무거운 발걸음

靑 “복잡한 이해관계로 공동성명 없어”

리커창과 오찬, 성사 안 돼… 국빈 결례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오는 13일부터 중국 국빈 방문에 돌입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사드·북핵·경제 3가지 매듭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사드 갈등 봉합이 완전하지 않아 중국 측과의 의견 차이로 ‘공동성명(Joint Statement)’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하게 됐다.

한·중 정상은 지난달 11일 베트남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회담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난다. 문 대통령은 13일에 방중(訪中) 길에 올라 16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다. 특히 14일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한·중 정상은 사드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정상화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어 세 번째 정상회담이 약속됐고, 문 대통령의 연내 중국 국빈방문이 성사됐다. 한국과 중국이 풀어야 할 난제는 수두룩하다. 핵심 과제는 ‘사드보복 해제의 완전한 매듭’을 비롯해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해법 공조’ ‘중국 진출 국내 기업의 지원 정상화’ 등 세 가지다.

◆사드 갈등 입장차로 공동성명 없어

양국 정부는 지난 10·31 합의로 사드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인’했지만, 중국은 여전이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경제협력 정상화를 이끄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공동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사드 갈등이 여전히 내재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청와대 측은 “이번 정상회담 이후 양측이 공동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동성명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고 사안과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에도 양측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사례처럼 외교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또한 지난달 11월 필리핀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면담을 한 후 이번 회담에서는 오찬을 원했지만, 중국 측이 늦은 오후로 일정을 미루면서 성사되지 않았다. 외교적인 결례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중국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와 만날 예정이다. 이에 문 대통령 방중 기간에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의 서열 2, 3위인 리커창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함께 천 서기를 만나는 등 최고 지도부와 두루 접촉하게 된다.

◆새로운 북핵해법과 경제협력 과제

한·중 정상이 내놓을 북핵 해법도 주목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3불(不) 정책 이행을 우리 정부에 촉구할 것으로 점쳐진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중단,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등을 뜻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말 ‘화성 15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까지 3개월도 남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 의회에서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도 언급하는 등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전략과 배치되는 중국의 촉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3불은 정부의 기존 원칙일 뿐이고 이를 중국에 정책으로 약속한 바는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과 관련해 중국에 강력한 역할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과감한 결단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 강화 메시지를 피력할 예정이다. 그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어려움을 겪은 중국 진출 우리 기업들도 방문해 위로할 계획이다. 이에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시작점인 충칭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의 충칭 방문은 시 주석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한편으로는 중국에 경제협력 강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충칭에는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중국에서의 생산 판매 대수는 30만대로 전년동기대비 40%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현장 기업인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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