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예선 그리스전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치우천왕이 그려진 수건을 두르고 열띤 응원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고대 배달국 14대왕… 전쟁의 신으로 묘사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지난 11일 2010 남아공월드컵이 개막한 가운데 태극전사를 응원하는 붉은악마(Red Devil)가 치우천왕과 관계가 있다는 설이 일반화되고 있다. 하지만 치우천왕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와 중국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붉은악마 뿌리로 알려진 치우천왕(蚩尤天王)은 기원전 2007년 고대 배달국(倍達國) 14대왕이었다. 치우는 우레와 비를 크게 일으켜 산과 강을 바꾼다는 뜻이며, 동양 전쟁의 신으로 상징되고 있다.

<한단고기> 중 삼성기(三聖記)와 규원사화(揆園史話) 등에 따르면 치우천왕은 광석을 캐고 철을 주조해 병기를 만들었다. 그는 머리와 이마가 각각 구리, 쇠로 이뤄졌다고 소개됐는데 이는 투구와 갑옷을 입은 모양임을 예측할 수 있다.

치우천왕은 중국 역사의 시작인 3황5제 중 5제의 첫째와 싸워 이겼다. 이로 인해 당시 대부분의 중국 땅이 우리에게 속했음을 중국 역사학자를 통해 알 수 있다. 중국 서량지(徐亮之) 교수는 “<중국사전사화(中國史前史話)>에서 동이족의 중심지가 산둥성임을 알 수 있다”며 “4000년 전 중국은 구려(九麗)와 접촉했는데, 이 나라의 군주는 치우였다”고 설명했다.

고서에서도 치우천왕에 대한 기록을 살펴 볼 수 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도 구려의 군주는 치우였음을 고증했을 뿐더러 ‘치우는 옛 천자(天子)’ ‘치우 무덤은 동평균 수장현 함향성(현 산둥반도) 안에 있으며, 매해 10월에 백성들이 제를 올린다’고 적었다.

우리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에 따르면 승리의 신인 치우천왕은 제주도의 돌하르방이나 부적, 기와 와당, 도깨비상 등에 잘 표현됐다.

우리나라는 치우천왕을 비롯 <한단고기>의 내용을 한낱 야담이나 전설쯤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중국은 동북공정을 내세워 역사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세 선조를 모신 중화삼조당에 황제헌원과 염제신농 외에 치우천왕을 올려놨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치우천왕은 우리 왕이 아니다’는 내용을 거스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열수 가회박물관장은 지난달 26일 ‘동아시아 천손문화와 치우천왕’ 학술회에서 “도깨비와 기와에 등장하는 도깨비 문양이 치우천왕을 상징한다”며 치우천왕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학계 현실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는 “일부 사학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역사적 사실로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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