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 끝에 찾아오는 극락… 두타를 찾다 겨울 두타산(1353m)은 비경 중 비경이지만 산행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름도 고행과 수행을 뜻하는 ‘두타’다. 하지만 희로애락이 있는 우리네 삶이 그렇듯 산을 오르면서 조화를 이룬 기암절벽과 능선을 보노라면 지친 기색이 곧 회복된다. 고행의 길을 걸으면 그 끝에 극락이 온다. 두타산과 이웃한 청옥산은 종종 극락으로 표현된다. 가파른 두타산과 달리 산세가 비교적 부드러워 산행인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겨울에 훌쩍 떠난 두타산과 청옥산, 그리고 두 산의 산자락에 펼쳐진 무릉계곡을 지나면서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두타산의 설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고행의 길’이라는 이름의 뜻과 달리 설산(雪山)은 아름다울 뿐이다. 하지만 산마루로 걸음을 향하면서 가파른 산세와 산속에서 바라본 경치로 ‘두타’의 의미를 되뇐다. 거창하지만 불가(佛家)식대로 뜻을 풀이하면 ‘세속의 번뇌를 버리고 고행의 길을 걷는 것’이다. 암릉과 신선이 머무를 법한 암반계곡으로 이뤄진 두타산은 절경으로 꼽힌다. 산자락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멋있지만 중턱과 마루에서 바라보는 산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가파른 산세로 오르기엔 힘들지만 태백준령에서 전해오는 정기와 산에서밖에 볼 수 없는 진풍경, 그리고 한 편의 대서사극이 조화를 이뤄 산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무릉계곡, 무릉반석, 삼화사, 하늘문, 두타산성, 박달령계곡, 청옥산 등 뛰어난 문화유적지와 자연경관지에서 오래 머무르는 이들이 많다. 무릉계곡에 다다랐을 때 써늘한 공기가 머릿속까지 들어온다. 코가 시큰거릴 정도다. 하지만 산을 오르며 맛보는 찬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하다. 경관은 어떠한가. 자연이 만든 기암괴석은 거북이, 장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매력을 뽐내 웃음을 자아낸다. 걷느라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걸음을 잠시 멈추자. 그리고 경관을 보며 산의 정기와 해학을 감상한 후 떠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걷다 보면 두타산이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과 닮았음을 체감하게 된다. 좁고 험한 길을 따라 다다른 하늘문. 이름만 들으면 정상과 가까울 듯하지만 두타산 정상의 1/4 지점이다. 이곳 정상은 신선바위와 함께 풍광이 가장 좋은 전망대다. 건너편에 마주 보이는 봉우리는 두타산 정상과 청옥산이다. 그 아래로 펼쳐진 300여 개의 경사진 계단이 보인다. 장정들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계단이다. 90도 가까이 되는 급경사이다 보니 안내판엔 ‘노약자나 어린이는 통행 시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주의 문구가 있다. 철제 난간을 잡고 층계를 내려가면 피마름골이 나온다. 명칭은 피나무가 많아서 피마름골이라고도 하고 임진왜란 때 목숨을 잃은 이들의 피가 흘러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겨울 두타산행은 오로지 나와 산의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한계가 찾아왔을 때 ‘정상에 도달할지 가는 걸음을 멈추고 하산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그러면서 오르는 이는 자신을 생각한다. 그리곤 깨닫는다. 산을 오를 때의 모습과 평상시 제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불가(佛家)에서는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때 비로소 극락에 다다른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고행은 현재의 세계에서 더 나은 세계에 나가고자 할 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산행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듯 산 굽이굽이마다 풍경이 각각 다르다. 비탈길을 오를 때는 힘들지만 천혜의 관경을 보면 즐겁다. 각각의 사연과 우여곡절이 이어져 한 사람의 이야기가 완성되듯 산행 역시 이야기다. 한 편의 드라마다. 극도로 즐겁거나 또는 평안한 상태는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고통과 인내의 과정을 겪어야 달고 단 열매를 맺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이때 노력은 새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연구도 있지만 자기를 부인하고 그 목표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때의 과정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목적을 이뤘을 때엔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렇게 두타에서 삶을 보았다. *위의 자세한 내용은 고품격 문화 월간지 「글마루」11월호 문화답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마루」 는 전국 서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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