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나는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스포츠 중에 축구를 가장 좋아하였고, 지금도 영국 프리미어리그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밤새워 볼 정도로 축구 광팬이다. 이번 주부터는 기다리던 남아공 월드컵 경기가 열려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 대항전은 물론 7번째 연속으로 본선에 진출한 우리나라의 경기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벌써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지난 일이지만 4강 신화를 달성한 2002년 한일월드컵은 비록 현장에서 본 경기는 없었으나 대형스크린을 통해 떼를 이루어 응원하면서 보아서인지 그 현장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였다. 관점을 바꾸어 보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월드컵 응원문화를 가능하게 한 바탕에는 고화질(HD: High Definition)TV 기술이 있었다. HDTV가 기존 아날로그TV에 비교해 10배 이상 뛰어난 선명도를 갖고 있어 뛰는 선수들의 땀방울도 볼 수 있는 정도이니 대형스크린에서 보아도 현장감이 유지되어 길거리 응원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었지, 아날로그TV로 중계했었다면 떨어진 현실감 탓에 응원의 맥이 금방 끊어져 버리고 말았으리라.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3차원(3D: 3Dimension) 입체영상 기술의 공연장이 될 전망이다. 한국팀 경기를 포함해 25경기가 3D로 중계되고, 월드컵 3D 입체영상은 전국 극장과 3D TV를 통해 볼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극장을 보유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는 전국 각지의 극장 100여 개의 스크린을 통해 한국 경기를 3D로 생중계하고, 3D TV 방송은 지상파와 위성을 통해 안방까지 전해진다. 이렇게 3D 입체영상을 통해 월드컵을 본다면 우리가 현장에 없더라도 마치 운동장에 선수들과 함께 뛰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감과 긴장감이 더해질 것이다.

안경을 쓰고 보는 3D 기술이 세상에 나온 지는 150년 정도 되었지만 그간 3D 디스플레이의 낮은 해상도와 영상 콘텐츠의 부족 및 눈의 피로현상 등의 문제점으로 지금까지 시장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 DVD에서 채택하고 있는 아날로그TV와 비슷한 해상도의 표준화질(SD: Standard Definition) 영상을 3D화하면 값싼 놀이공원의 3D 영화처럼 질이 떨어져 도저히 볼 수 없게 되며, HDTV 해상도 정도가 되어야 실감 있는 3D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방송과 TV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HDTV가 널리 보급되면서 디스플레이 가격이 하락하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3D 디스플레이 가격도 대중화 가능한 수준으로 현실화 되고 있다.

3D 영상 콘텐츠는 얼마 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아바타>를 기폭제로 하여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글로벌 영화 제작사들은 기존 DVD로 복제가 불가능한 3D 영화에 전념하고 있는 양상이다. 영화와 더불어 3D 영상 콘텐츠의 막대한 수요는 스포츠에 있고 특히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월드컵 콘텐츠는 그 중 가장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시기적으로나 기술성숙도 면에서도 3D 기술이 보급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대표 TV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남아공월드컵을 겨냥하여 일본기업에 한 발 앞서 3D TV를 출시하였고, 5월말까지 30만대 가량을 판매하는 등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남아공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일본 소니는 핵심부품 공급의 어려움으로 양산에 차질을 빚고 있어 3D TV에서는 현재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이지만, 영상콘텐츠 개발 능력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한수 위라고 알려져 있다. 3D 방송장비와 콘텐츠 등 우리가 부족한 기술에 대해서 잘 대비하고 3D 디스플레이 기술에서의 강점을 살려 3D TV 산업에서 쌓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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