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사모 최미숙 대표가 지난 11월 18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교육이 무너진 현실과 교육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최미숙 대표

정권따라 바뀌는 교육정책에
학생·학부모 적응할 틈도 없어
3년 유예 교육정책, 너무 급해

선행학습해야만 하는 공교육
학교서도 사교육조장하게 해
4차산업시대 교육, 고심해야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사상 초유의 수능연기 사태 후 첫 주말인 지난 18일 서울역 인근 사무실에서 만난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최미숙(58) 대표의 목소리가 고조됐다. 그는 정권 따라 바뀌고 겨우 3년 유예 기간을 두고 바뀌는 교육정책과 더불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신 전했다.

얼마 전 타계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에 15시간씩 공부하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최 대표는“대한민국 현실을 직시한 미래학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빠른 변화가 필요하지만,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정권 따라 즉흥적으로 바뀌는 대한민국 교육 정책은 수많은 학생을 희생자로 만든다”고 토로했다.

◆학습권 보호 위해 생겨나 학부모 대변자로

최 대표는 2002년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고진광 대표와의 인연으로 학사모 대표를 맡았다. 당시 전교조 교사들이 시위에 나서자 고 대표가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받는다’며 학부모가 나서야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학사모가 만들어졌다. 

최 대표는 고 대표가 추진한 사랑의일기운동에 함께한 회원이었다. 아이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시작된 학사모는 곧 전국 지부를 만들만큼 급성장했고, 대한민국 대표 학부모 단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15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최 대표의 자녀들도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사심없이 학사모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한편으론 자녀와 직접 연결되지 않으니 사심없이 학부모 선배로서 학사모 활동을 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라고 했다. 전교조 교사들의 일선 복귀 촉구로 학사모 활동이 시작된 이래 학사모는 그간 대한민국 학부모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그 중 전국적으로 이슈화 된 사안이 교복값 담합 방지와 교복값 정상화 촉구 활동이었다. 턱없이 비싼 교복 값 현실화를 위해 교복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등 나름 교복값 하향 안정화에 기여했다.

◆“교사부터 학원가서 배워오라니, 개탄”

학사모는 학생들이 공교육을 통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최 대표는 “초등학교 때 실컷 놀게 뒀다 급작스럽게 강도가 세지는 중?고등 교육은 사교육 조장풍토를 낳고 있다”고 했다. 최 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공교육 파괴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담임으로부터 내신 관리를 위해 모 학원에 다니라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공교육의 현실을 토로했다. 최 대표는 “정부에서 공교육을 믿으라고 말해 믿었다 당했다”면서 “사교육에 부정적이던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같은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마저 학원에서 배우라는 현실에서 어떻게 공교육이 바로 서겠냐”고 개탄했다. 그는 “MB 정부 때는 일선 교사들에게 학생이 기초학력에 미달되면 책임을 지도록 책무성을 강요해 반발을 샀지만, 공교육이 바로 서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 대표는 “수업만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물론 행정서류가 많아서겠지만 이런 말을 하는 교사는 학교와 선생이 뭔지를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교란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다. 인성교육을 하고 아이들이 정을 붙일 수 있게 보듬고, 기초학력이 부진한 아이들은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곳이 학교고 교사”라고 역설했다. 

이어 “수업만 하는 곳은 학원”이라며 “교사들의 이런 안일함이 공교육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학사모 최미숙 대표가 전국 바이크 동호회인 모닝캄과 함께 수능예정일 하루 전날 이었던 지난 11월 16일 2017수능생수송발대식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 : 학사모)


◆4차산업 인재, 책임자부터 성과욕심 버려야
최 대표는 정권 따라 바뀌는 교육행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현 3년 유예교육 정책의 경우 첫 아이를 키우면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가 둘째 아이를 교육하는 동안에는 적용할 수 없는 폐단이 있다. 또 누구든 첫 시행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된 동안, 혹은 장관이 된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거두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참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4차산업혁명 시대와 별개인 교육 환경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4차산업 시대의 인재는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이고 통합적 사고를 가진 완벽한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무조건암기하고 문제 푸는 기계가 돼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교육정책입안자들이 정말 현실진단부터 제대로 하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모든 학부모와 학생의 공교육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학사모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부적응 현상이 사회문제로 등장하자 지난해에는 성북구 지역 다문화 가정 학부모를 초대해 자녀 교육에 필요한 정보와 법률 지식을 제공했다. 최 대표는 가능하다면 탈북자 가정 학부모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지만 탈북자들의 경우 외부 접촉을 꺼려 쉽지 않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가정?학교서 정 붙이게 하면 일탈 안 해”

최 대표는 최근 청소년 쉼터를 전전하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 정을 붙이면 집을 떠나더라도 학교는 떠나지 않는다”면서 “기본은 가정이지만 교사 또한 학생을 성적의 잣대로만 보지 말고 인격적으로 대해 아이가 학교에서라도 정을 붙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도 학생들에게 수준별 교육이 필요하지만, 다른 교육을 하면서 같은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다보니 학부모도 학생도 수준별 교육에 찬성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표했다.

학사모는 이렇듯 성적부진이나 학교 부적응 등을 이유로 청소년 자살이 급증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청소년 자살방지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그 중 현충원 참배는 큰 호응을 얻었다. 최 대표는 “왕따를 당해서, 성적이 떨어져서 물론 죽고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목숨을 가지고 누군가는 개인의 어려움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누군가는 나라를 위해 숭고하게 바친다는 사실을 통해 아이들이 생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이길 힘을 얻는 듯 했다”며 일선 학교에서부터 생명존중 교육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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