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 정세는 변화무쌍하다.

그야말로 지혜를 앞세우지 않는다면, 화합과 용기를 앞세우지 않는다면 요동치는 세계정세는 우리를 외면하고 말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강경했던 우리 정부의 천안함 정국은 해답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안보리 회부’ 카드를 관철시키려던 정부 입장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그 이유는 예상과 달리 미국과의 공조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기대와 달리 유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으로 하여금 내부문제는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구도와 맞물리면서 북한의 정치적 계산에 이용되고 있음으로 인해 미국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거기에다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는 북한의 호전적 기질은 한반도에 있어서 긴장고조를 원치 않는 미국으로서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강경대응 방침에서 이처럼 슬며시 발을 빼려는 데는 이와 같이 꼬여가는 이유도 있겠지만, 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이란의 핵프로젝트에 대한 안보리제재결의안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서해상에서 대규모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돌연 연기한 것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선(先) 천안함 사태’ 방침을 관철시키려는 한국, ‘선(先) 6자회담’에 무게를 둔 중국, 이 둘의 입장에서 미국은 한미공조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냉정한 국제 현실을 읽어야 한다.

때 맞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중국방문을 통해 미국의 추가제재 결정에 동참해 주지 말 것을 중국정부에 요청할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외교적 함수관계는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프로젝트를 더욱 안개 속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없는가.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뉴 미디어의 위력에 힘입어 전례 없이 부동층과 젊은층의 선거 참여로 이어져 얻어낸 여소야대의 결과는 국내 정치의 새로운 지형을 구축하고 말았다. 그것은 국민의 선택이었다.

이 대목에서 잠시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반전의 기회로 삼으려던, 또 국제적 공조를 통해 국가적 위상을 꾀하려던 계획에 심대한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금번 지방선거로 정부는 선거패배의 후유증과 각종 정책의 폐기 내지 수정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 국민과 야당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진정 무능한 정부가 되기를 원하는가. 국민이 야당의 손을 들어 줄 때는 야당의 손을 다시 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곧 협력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라는 명령임을 제발 인식해야 한다.

수권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이해와 협조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예측하고 염려하고 준비하는 포괄적 의식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 또한 정부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못마땅한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때론 힘을 실어줄 줄도 아는 아량의 문화의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적어도 대국(大國)의 피가 끓는다면 말이다.정부 또한 천안함 해결에 있어서 국제적 기류를 예의 주시하면서 보다 신축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는 국내의 공조를 통한 하나 됨이 국제공조를 얻는 데 지름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3.1독립선언문에서 민족 지도자들이 ‘신천(新天) 신지(新地)가 안전(眼前)에 전개되도다’라고 미리 언급했듯이, 이제 우리의 미래는 희망과 함께 약속대로 펼쳐지고 있음을 명심하고, 도래할 시대의 주인공으로 부족함 없도록 애쓰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