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직도 레드라인까지 길 남아 있어”
탄두 재인입 기술 완성해야 선 넘어
레드라인까지 대응 여지 확보 의도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 논란 예상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한이 3일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3배 이상 위력으로 추정되는 6차 핵실험을 강행했음에도 이른바 ‘레드라인(한계선)’은 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을 북한이 넘었는지에 대해 “북한이 오늘 ‘완성단계 진입을 위해서’라고 얘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볼때 아직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아직도 (레드라인까지) 길은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북한 도발의 레드라인으로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핵탄두 소형화와 함께 ICBM 기술의 핵심인 탄두 재진입 기술까지 성공해야 미사일 핵공격이 가능한 레드라인으로 본 것이다. 탄두 재진입 기술은 탄두가 대기권 밖에 나갔다가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6000~7000도의 마찰열을 견디는 것으로 ICBM 개발 과정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기술로 꼽힌다. 

청와대는 북한이 이날 위력이 증가된 핵실험을 했을 뿐 탄두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북한이 이날 핵실험 성공 소식을 전하면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 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매우 의미있는 계기”라고 주장한 점을 토대로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의 탄두 재진입 기술 확보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게 안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미 양국도 북한의 탄두 재진입 기술 확보 시점을 2018년 말까지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설령 탄두 재진입 기술을 아직 갖지 못했더라도 기술 확보까지는 목전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청와대가 ICBM의 기술적 완성을 기준으로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은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북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여지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규정할 경우 미국의 군사행동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르기 전에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의 압박 강도를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문 대통령의 규정한 레드라인을 넘을 때까지 움직일 공간을 사실상 용인하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 핵실험 위력이 기존 핵실험 때와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강력해지면서 심리적 레드라인을 이미 넘은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의 인식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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