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대에서 계란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계란 사용하는 식당·편의점 ‘울상’
“계란 말고 다른 먹을거리도 불안”
“정부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판매”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국내에서 유통되는 계란에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되면서 15일부터 계란 출하가 전면 금지됐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 농협, 편의점 등에서는 계란 판매가 중단돼 시민들의 불편을 낳고 있다.

기자는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주변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 오서진(40대, 여, 서울 은평구)씨는 “AI 발생한 지 얼마나 됐다고 살충제 계란이냐”면서 “여태껏 계란 값이 비싸더라도 AI 사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제는 다른 먹을거리를 사기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오씨는 얼마 전까지 AI 사태로 계란 값이 폭등하는 등 여러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내 일부 농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 비펜트린은 고병원성 AI와 달리 가열한다고 없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전국 모든 3000마리 이상 규모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돌입했다. 3일 안에 전수 검사를 한 뒤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가 허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맹독성 물질로 알려진 피프로닐은 대량으로 섭취하면 구토, 어지럼증, 복통 등을 일으키고 다량으로 몸속에 쌓이면 간과 신장 등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체내기관을 손상시킨다. 또 비펜트린은 미국환경보호청(EPA)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마트에서 만난 시민 이수진(20대, 여, 서울 용산구)씨는 “방송을 보고 살충제 계란에 대해 알게 됐다. 우리가 모르고 먹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 살충제 성분이 바퀴벌레를 죽이는 약에 쓰인다고 하던데 그게 계란에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계란 판매대에서 만난 주부 김소정(30대, 여)씨는 “계란은 특히 아이들이 즐겨 먹고 빵과 과자 등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재료인데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많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계란 판매대의 판매원 이옥순(50대, 여, 서울 도봉구)씨는 “계란은 전날부터 회수를 시작해 지금 판매대에서는 다른 제품을 팔고 있다”면서 “계란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손님들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란 출하에 대해 대형마트에서는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지윤 롯데마트 홍보팀 대리는 “계란 판매는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서 판매가 재개된다”면서 “전수조사 결과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출하 시기가 더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에서 줄줄이 계란을 회수하고 판매를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계란을 사용하는 편의점·식당 등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역 인근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진현(가명, 50대, 남)씨는 “살충제 계란으로 계란 상품들은 판매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진열돼 있는 상품에 대해선 계속 팔아야 할지 몰라 그냥 진열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란과 관련된 상품들은 계산조차 될 수 없게 조치가 내려졌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 주인 권미현(가명, 40대, 여)씨는 “손님들이 계란을 원치 않아 이미 사놓은 계란들도 쓸 수가 없게 됐다”면서 “음식 메뉴나 반찬에 계란이 들어가는 게 많았는데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AI 지나고 계란 값이 폭등했었는데 또 이거 때문에 나중에는 더 비싸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내비쳤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생산 단계 검사를 강화하고 식약처는 유통 단계 검사와 관리를 엄격히 하는 등 소비자 불안 해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계란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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