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인 패스카드 앞면 ⓒ천지일보(뉴스천지)

[예술인이 밝히는 카드 사용 실태] 
“열악한 환경 속 작품 활동하느라 못 써”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작품 활동을 하느라 바쁜데 예술인 패스카드를 사용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 카드는 현실성이 너무 떨어져요.”

‘예술인 패스카드’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예술인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제도가 도입됐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작품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정작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 이에 예술가의 현실을 무시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예술인 패스카드란

10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예술인 패스카드 제도가 만들어졌다. 문학, 시각예술, 연극, 무용, 음악, 영화, 방송, 전통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에 대한 예우제도를 도입해 예술인의 자긍심 고취와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예술인 패스카드 소지자는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관람료 할인혜택(할인율 30% 내외)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대학로 인근 카페나 음식점 등 사용처가 확대 운영되고 있다.

발급 대상은 예술인복지법에 의한 예술 활동 증명을 받은 자, 학예사,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취득자, 미술관·박물관의 관장 또는 설립자 등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현재까지 예술인패스카드 소지자는 4만여명이다.

▲ 예술인 패스카드 뒷면. 사용기간이 12월 31일로 적혀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예술인패스카드를 지속사업으로 가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연구 결과가 나온 후 재발급 관련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환경 외면한 ‘보여주기식’ 행정

하지만 예술인 패스카드 사용 대상인 일부 예술가들은 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작가 A씨는 “예술인 패스카드 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 몇몇 작가와 담당 정치인을 만났다”며 “정치인에게 작품 활동을 하느라 시간이 없어 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고 처한 현실을 말했지만 외면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함께 있던 한 작가는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드니 차라리 전시를 잡아달라고 그 자리에서 울며 호소했다”며 “하지만 정치인은 ‘예술가를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며 오히려 우쭐댔다”고 주장했다.

A씨는 대학을 졸업한 예술 전공 학생이나 경제·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부 계층에서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게 실제 현실이라며, 누굴 위한 제도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예술인) 안에서 예술인 패스카드를 사용하면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놀고 먹는 예술인’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또 “결과적으로 예술인 패스카드가 만들어졌으면, 소외받는 예술인이 없게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 예술인 패스카드 발급 시 패스카드에 대한 내용이 적힌 안내문 ⓒ천지일보(뉴스천지)

또 다른 작가 B씨는 “(예술인 패스카드) 이름은 들어봤지만 나도, 주위 사람도 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혜택이 적으니 못 쓰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만든 정부의 취지는 이해가나 방법이 잘못된 것 같다”며 “예술가는 전시 공간 마련, 활동비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예술인 패스카드를 발급받은 C씨는 제한된 사용처와 카드 사용 기간을 지적했다.

C씨는 “카드를 만들었지만 사용처가 매우 제한적이다. 관람을 좋아하는데 아직까지는 국립현대미술관 무료입장 외에 혜택을 받지 못했다”라며 “허울만 좋은 카드”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까다로운 예술인 경력 등록 절차를 마친 후 지난 6월 카드를 발급 받았지만, 사용기간이 올해 12월 31일까지인 것도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예술인 패스카드 사용기간과 관련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예술인 패스카드를 지속사업으로 가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연구 결과가 나온 후 재발급 관련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사용처를 늘리고 있으며,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예술가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홍보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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