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왼)과 조슈아 브리스코씨 ⓒ천지일보(뉴스천지)

인간애 구현한 ‘한민족 스승’ 헐버트
조선 온 후 어머니에게 1천통 편지 써
일상, 조선 풍광, 현실 등 자세히 담겨
“역사 바로 알기 위해 편지 번역돼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8월 광복의 달이 다가오고 있다. 광복(光復)하면 보통 한국인 독립운동가를 떠올린다. 하지만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푸른 눈의 외국인 독립운동가도 있다. ‘헐버트 박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그는 조선 후기에 일어난 생생한 일을 천여통의 편지 속에 담아 놓았다.

현재 그가 작성한 편지 중 일부가 번역돼 세상에 알려졌지만, 아직 번역이 필요한 많은 자료가 남아있다. 그 과정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에서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을 만나 헐버트 박사의 업적과 편지 번역의 중요성을 들어봤다.

◆인간애, 애국심의 대명사 헐버트 박사

헐버트 박사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김 회장은 헐버트 박사에 대해 “정의, 평화, 인간애, 애국심의 가치를 구현한 진정한 한민족의 스승”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업적을 통해 이를 알 수 있었다.

헐버트 박사는 1886년 최초의 근대식국립학교인 ‘육영공원’ 교사로 내한해 근대식 학교의 틀을 세우고, 교과서 시스템을 확립하는 등 근대교육의 씨앗을 뿌렸다. 그는 ‘교육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며 배재학당, 한성사범학교, 관립중학교(현경기고등학교)에서 이승만, 주시경 등 이 땅의 선각자를 배출했다.

1890년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로 된 교과서인 ‘사민필지’를 저술해 한글 사용을 주창함으로써 한글 범용의 지평을 열기도 했다. 또 주시경 등과 함께 띄어쓰기, 점찍기 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한글 맞춤법 제정을 주창해 국문 발전에 기여했다.

헐버트 박사는 근대 최초의 역사학자이자 저술가, 언론인이기도 했다. 헐버트 박사는 한국 역사를 15년 동안 연구해 1905년 최초의 종합역사서인 ‘한국사’를 출판했다. 또 감리교에서 운영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영문 월간지 ‘한국소식’의 공동편집인이자 운영책임자였다.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민족의 혼 ‘아리랑’을 역사상 최초로 서양 음계로 채보했다. 이를 통해 아리랑이 오늘날 세계의 노래가 되는데 기여했다. 독립운동의 숨은 영웅이기도 했다. 헐버트 박사는 황제의 밀사로 일제의 침략주의에 맞서 싸운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 우리나라 최초 한글 교과서인 사민필지 ⓒ천지일보(뉴스천지)

◆헐버트 박사의 1천통의 편지

헐버트 박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그의 편지다. 박사는 1886년 7월 5일 조선에 첫발을 디딘 직후인 7월 10일 어머니에게 첫 편지를 쓴 이후 거의 매주 부모님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자신의 일상뿐 아니라 조선의 풍광, 현실이 담겼다. 이 중 일부분이 번역됐다. 하지만 박사를 정확히 이해하고 당시의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모든 편지가 번역돼야 한다는 게 기념사업회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역사적 인물을 해석하는 의미로 헐버트 박사에게 접근했다”며 “밝혀지지 않은 조선 후기의 상황도 알 수 있으므로 번역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편지 속 필기체를 정자체로 바꾸는 일도 필요했다. 이에 미국 센트럴 미시건대학에 재학 중인 조슈아 브리스코(Joshua R.Briscoe)씨가 기념사업회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다. 

조슈아 브리스코씨는 “조선 후기 상황을 편지로 배우고 있다. 당시 조선이 문호 개방을 시작했는데 외국인이 조선인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어떻게 공존했는지를 정자체로 바꾸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객관적이고 진실한 역사를 기록하는 게 역사가의 임무”라며 “나는 헐버트 박사가 훌륭한 역사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헐버트 박사는 어떤 사건을 인간애의 시선으로 평가했다. 이런 자세를 온 국민이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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