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대립군’에서 ‘곡수’로 열연한 김무열.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내부시사회 때 사람들 못 알아봐
마우스피스 꼈느냐고 말하기도
다른 얼굴 보여준 것, 배우로서 좋다

 

시대와 잘 맞아, 관객들 공감할 것
서로 응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영화
뭘 맡기든 즐겁게 연기할 수 있어
냉면처럼 길게 가고 싶어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우리한테 해준 게 뭐라고 목숨을 바친단 말이오!”

영화 ‘대립군(代立軍, 정윤철 감독)’ 속 명사수 ‘곡수’의 인상적인 대사 한마디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돼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여진구)’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곡수’는 대립군들 중에서 활쏘기에 가장 능하고 전쟁에 도가 튼 야망가득 찬 인물이다. 영화에서 가장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있는 그대로를 표현한다.

이번 영화는 김무열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 ‘곡수’를 보며, 김무열이 출연하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저 배우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장이 탁월하게 어울리고, 잘된 점도 한몫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전까지 배우 김무열이 없고, 오로지 ‘곡수’만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연기부터 노래까지 폭넓은 재능의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배우 김무열이 ‘곡수’가 돼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무열은 “내부시사회를 하고 나서 ‘김무열 언제 나오냐’ ‘저 배우는 누구냐’ ‘놀랍다. 마우스피스를 끼고 연기를 했냐’고 하시는 관계자분들도 계셨다”며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배우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연기하는데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영화 ‘대립군’에서 ‘곡수’로 열연한 김무열.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곡수’는 동료들을 살뜰히 챙기고, ‘토우’를 친형처럼 따르지만 전쟁 한가운데서 분조 행렬에 합류해 ‘광해’를 지키는 상황이 못마땅하다고 피력한다. 그 모습은 마치 비정규직이 큰 회사가 가진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것처럼 시원하다.

김무열은 “‘곡수’ 직설적이라서 좋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게 사실이고, 유리한 위치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안에서 억누르는 연기를 할 때는 시원하게 표현되지 않으니까 답답하다”며 “특히 개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신들과 왕이 탁상공론하고 헤쳐 나가야 할 리더라는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가지고 있으니 쫓아가는 ‘곡수’ 입장에선 얼마나 답답하겠느냐. 그 안에서 ‘토우’도 어떤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해서 화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캐릭터 연구 당시 ‘곡수’는 활발한 청년이었지만 김무열은 내용상 톤을 무겁게 잡아갔다. 그는 “원래 장난기가 있었다. 더 지금보다는 가벼운 느낌에 가깝게 촬영했고, 재미있는 애드립이 많이 나왔다”며 “촬영하다 보니 그런 톤을 못 가져가게 되더라. 유머를 항상 가지고 있을 수 없더라. ‘웃프다’는 복합적인 게 항상 공존했다. 슬픔과 웃음이 공존했다”고 회상했다.

“‘대립군’이 지금 시대와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관객들이 공감하실 것으로 생각해요. 많은 분에게 메시지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들이 어떤 길인지 예상할 수 없잖아요. 꽃길일 수도 있고 가시밭길 일을 수 있는데 ‘대립군’은 다 같이 서로 응원하고 위로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 영화 ‘대립군’에서 ‘곡수’로 열연한 김무열. (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전투 장면이 많은 만큼 배우들은 촬영 당시 고생을 많이 했다. 반면 김무열은 “활을 쏘다 보니 현장에서 전투 신을 찍을 때 여유가 있었다”며 “멀리서 지원 사격하다 보니 실제 전투는 박진감이나 생동감을 위해서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처럼 아래서 쐈다가 칼로 베었다가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다 보니 형들은 안에서 죽어라 몸으로 부딪히고 쓰러지고 할 때 저는 멀리서 단독 샷으로 할 때 본의 아니게 몸이 편했다”며 멋쩍은 웃음 보였다.

이번 영화는 그동안 알려진 김무열이라는 배우의 다른 모습을 보여줘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시킨다. 앞으로 보여줄 게 많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무열은 “맡겨만 주신다면 말씀드릴 수 없을 만큼 보여드릴 수 있다”며 “숙제 열심히 할 수 있다. 저는 정말 즐거워서 일한다. 뭘 맡겨주시든 즐겁게 할 자신 있다”고 확신했다.

“저는 아직도 냉면처럼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방 터트리고 끝나고 싶지 않고 꾸준하게 쭉 하고 싶어요. 영화, 공연하면서 나름 저 자신을 갈고 닦는 느낌을 가져가려고 해요. 그게 제 꿈이자 바람이죠.”

그는 ‘대립군’ 이후 ‘기억의 밤’ ‘머니백’으로 관객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연말이나 내년 초엔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앞으로 김무열이라는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