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문스님 “일제에 의해 왜곡된 역사 제자리 찾아 줘야”

▲ 명월관 기생 ‘홍련’의 초상화(마쓰모토 시립박물관 도록)와 국과수 보관 ‘조선 여인 생식기 표본(국립과학수사연구소)’ (사진제공: 문화재제자리찾기)

[뉴스천지=백은영 기자]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혜문스님은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올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 ‘히젠토’ 환수(폐기 또는 한국 정부에 인도)와 현재 국과수에 보관 중인 ‘조선 여인 생식기 표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조선 여인 생식기 표본’의 경우, 문화재제자리찾기(사무총장 혜문스님)와 불교여성개발원(강보향 이사),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 불교단체들이 지난 1월 18일 서울중앙지법에 ‘여성생식기 표본 보관 금지 청구의 소’를 제출, 3개월 만인 8일 서울중앙지법 동관 374호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조선 여인 생식기 표본’은 당시 유명한 기생집인 ‘명월관’ 기생의 생식기로 알려져 있으며, 일제가 인체 연구용으로 성기를 적출해 포르말린용액 속에 넣어 보관한 것이 1955년 국과수에 넘겨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 20일 재판을 마치고 나온 혜문스님은 “일제의 만행으로 짓밟힌 조선 여인의 존엄성을 회복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원고 측 대표로 재판에 선 혜문스님은 “이 표본은 일제가 식민지 조선 여성의 삶을 어떻게 유린했는지를 한눈에 상기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국과수는 인체표본이 한 인간의 장기였다는 사실을 되짚어 보고 인도적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기 바란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지난 10일 일본 마쓰모토 시립미술관에 방문했을 당시 국과수가 소장하고 있는 이 표본의 실제 인물로 추정되는 초상화를 접하게 됐다”며 “이 그림은 일본의 근대화가 이시이 하쿠테(石井栢亭, 882~1958)가 1918년 경성 체류 당시 명월관 기생 ‘홍련’을 그린 그림으로 이시이와 명월관 기생 ‘홍련’이 사랑에 빠졌다는 일화가 지금까지 구전으로 내려오고 그가 조선에서 활동하던 시기와 ‘홍련’이 명월관에 있던 시기가 맞는 것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생식기의 주인공과 홍련이 동일인물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제는 제국주의 침략 야욕을 달성하기 위해 조선의 왕비를 살해한 뒤 국부검사까지 자행했고 꽃다운 처녀들을 전쟁터의 종군위안부로 끌고 갔으며, 기녀라는 이유로 생식기를 적출해 ‘인체표본’으로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이는 일제가 조선 여인들에게 안긴 씻을 수 없는 모욕이며 인간의 존엄성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야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식민지시기를 살아갔던 불행한 여성들에게도 인권이 있음을 망각한 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행위를 묵과했던 국가기관과 관계인들의 부작위 행위,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에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자 표본 사진과 그림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에 사건을 맡은 담당판사는 오는 30일 ‘조선 여성 생식기 표본’이 보관된 국과수 현장검증에 나서며, 다음달 27일 속행한다. 

재판을 마친 후 혜문스님은 “국과수 현장검증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화해권고가 받아들여질 경우 받게 되는 위자료는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8월 29일 일제에 의해 피해당한 이들을 위로하는 천도제와 영산재를 지내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혹여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에는 ‘위원판결’ 소송을 내서라도 일제에 의해 여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짓밟힌 여성의 한을 달래주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혜문스님은 “일제의 만행으로 왜곡되고 상처받은 역사를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야만성과 파괴성에 의해 이번 사건이 ‘호기심’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더 이상의 도덕적 해이는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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