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지난 해 세계적으로 대박을 올린 3D 영화 ‘아바타’를 보지 않은 이는 별로 없을 듯싶다. 총관객수 1천 300여만 명으로 국내 흥행 1위를 기록했으니까. 영화를 평소 많이 보지 않던 필자도 가족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 입체적인 영상을 특수선글라스를 끼고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었다. ‘아바타’의 성공은 전 세계적으로 3D 열풍을 불러왔다.

지난주엔 3D와 관련한 스포츠 기사가 눈길을 확 끌었다. 돈이 된다면 어떠한 첨단기술방식도 채택하는 미국의 자본주의 스포츠가 먼저 3D기술을 TV 중계에 채택, 본격적인 방영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바야흐로 세계 스포츠계에서도 3D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5일 슈퍼볼 다음으로 많은 관중이 모이는 미국의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미국대학스포츠위원회(NCAA) 농구 결승전 듀크대와 버틀러대 경기를 미국 CBS 방송은 3D 방식으로 전국에 생중계했다. 올해 NCAA 농구 결승전은 한국의 LG전자가 3D TV를 체육관 안팎에 설치해 관심을 모았는데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이다.

3년간 NCAA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은 LG전자는 5월 미국 내 시판을 앞두고 3D TV를 경기장 내에 설치해 NCAA 농구 경기를 3D로 생중계하는 이벤트로 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스타디움 내에 부스를 만들어 4대의 TV를 설치한 뒤 관중들에게 3D TV를 체험하게 했으며 결승 경기 시작 전에는 준결승 경기를, 전반전이 끝난 뒤 하프타임에는 전반전 경기를 보여줬다고 한다. 관중들은 3D TV를 보며 화면 밖으로 뛰어나오는 듯한 선수들의 움직임에 탄성을 내뱉는 등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치 아바타 같은 3D 영화를 TV로 보는 것 같았으며 농구 코트 바로 앞에서 경기를 보는 것처럼 실감났다는 게 관중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LG전자는 경기장 밖에서도 마케팅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스타디움 인근 인디애나폴리스 컨벤션센터에 TV를 전시해 놓고 일반인들도 3D TV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CBS의 3D TV 중계는 LG전자의 후원으로 뉴욕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주요 대도시에 위치한 75개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방송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국내 스포츠팬에게도 3D TV 스포츠 중계가 먼 나라의 일 같지만은 않다. 조만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 같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 수상기 판매에 돌입했으며 국내 방송사들도 3D TV 중계 준비를 갖춰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가 될 오는 6월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3D TV로 축구경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은 남아공월드컵의 3D TV 시청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열린 ‘FIFA 2010 월드컵 3D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니콜라스 에릭슨 FIFA TV 부문 본부장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모바일과 3D 등 뉴미디어를 통한 차원이 다른 축구경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모바일을 위해서는 32대의 전용 카메라를 배치해 TV 방송과 다른 모바일용 영상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3D 방송과 관련해 “기술적인 조건만 맞는다면 계약 상대인 SBS가 3D 방송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계권 구매당사자인 전상렬 SBS 인터내셔널 사장은 “3D 방송을 위해서는 방통위의 허가 등이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문제는 없으며, 3D 영상 상영이 가능한 260여 곳의 극장에서 3D 경기를 방송하는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마치 축구공이 튀어나오는 것 같고 골이 입체적으로 들어가는 장면 등을 TV를 통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3D TV의 등장은 과거 흑백 TV가 컬러 TV로 전환될 때처럼 TV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과 비견되고 있다.

3D TV가 영화와 함께 스포츠를 한 차원 진화시켜 경기장을 직접 찾는 것보다 안방이나 거실에서 온 가족이 실제 경기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TV를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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