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바일 아티스트 장홍탁 작가가 핸드폰으로 그린 애국지사들의 액자를 보여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모바일 아티스트 장홍탁 작가 인터뷰]

지하철 안에서 그림 작업 시작
시민, 애국지사 구별 잘 못해
그림 그려 알려줘야겠다고 다짐
세월호 아이들 초상화도 남겨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핸드폰으로 그렸다고요?”

모바일 아티스트 장홍탁 작가(45)의 작품을 본 이들은 대부분 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섬세함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캔버스에 그렸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 보였다.

7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있는 그의 작업실 한쪽에는 작품이 차곡차곡 놓여 있다. 작품 속의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등 애국지사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살아날 듯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는 언제부터 모바일아트로 애국지사를 그리게 된 걸까.

◆‘모바일아트’란

’모바일아트(Mobile Art)’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 시대가 오고 난 후 물감이나 스케치북이 없어도 언제 어디서나 휴대용 기기를 이용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세계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모바일 장비를 통해 그림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 창작에도 이용하고 있다.

장 작가의 모바일아트도 지하철 안에서부터 시작됐다. “4년 전쯤,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 펜으로 그림 연습을 했습니다. 미술을 했던 사람으로서 감각을 유지하려고 그림 연습을 했는데 작품들이 하나씩 탄생하게 된 거죠.”

그렇다면 수많은 그림 중 왜 애국지사에 그는 초점을 맞췄을까.

“어느 날 방송을 보는데, 젊은 가수가 안창호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 후 길거리 설문조사를 봤는데, 연예인만 그러는 게 아니라 일반 학생도 애국지사를 잘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교과서에도 실리는 인물인데 구별을 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무렵 사회적으로도 여러 학회 등이 형성돼 독립운동가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장 작가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애국지사를 정확하게 그려 알리고자 마음 먹었다. 그리고 애국지사의 얼굴과 업적을 자세히 알고자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외국인 독립운동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도 한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친일파 등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그는 안타까워했다.

▲ 모바일 아티스트 장홍탁 작가가 그린 독립운동가 안중근(왼쪽) 의사와 안창호 선생 ⓒ천지일보(뉴스천지)

◆얼굴 알려진 애국지사부터 그리기 시작

중요한 것은 앞으로였다. 그는 역사적인 사건을 정확히 알리고자, 자료를 더 꼼꼼히 찾아 나섰다. 먼저 장 작가는 검색을 통해 얼굴을 알 수 있는 애국지사부터 하나씩 그림을 그려나갔다. 하지만 얼굴이 없는 애국지사도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애국지사에 대한 자료를 남기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일을 하는 데는 후손들의 노력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알리지 않으면, 독립운동가의 업적이 서서히 잊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장 작가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뜻을 모으고, 역사를 알릴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애국지사를 알리기 위해서는 현대적인 시각에서 국민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그는 길거리에서 ‘체 게바라(아르헨티나 출생의 쿠바 정치가)’의 얼굴이 새겨진 옷을 입은 사람은 봤지만, 안중근 의사 등 애국지사의 모습이 담긴 옷을 입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성을 담으면서 현대적으로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셔츠나 머그잔에 현대적인 이미지로 애국지사를 그려 넣는 방식도 소개했다.

“저 역시 방법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고전적인 느낌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문장과 에피소드를 발굴해 재미있게 담아보려고 합니다.”

▲ 모바일 아티스트 장홍탁 작가가 그린 독립운동가 하란사 여사(왼쪽)와 유관순 열사 ⓒ천지일보(뉴스천지)

◆작업 후 ‘애국심’ 더 커져

애국지사를 그리면서 그의 삶에도 변화가 하나씩 찾아왔다. 가장 큰 건 애국심을 갖게 된 거다.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4년 전쯤에 한복시리즈 작품을 했는데, 한복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무렵 한복을 입은 한 여성이 S호텔에 들어가려 했는데,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 후 한복을 통해 우리 것을 알리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도 역사 인물을 더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장 작가는 최근 세월호 아이들을 그리기도 했다. 짧은 시간 세상을 다녀간 아이들에게 초상화를 선물해 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세월호 아이들, 애국지사, 조선의 여인들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향후 그는 애국지사 작품과 함께 세월호 작품에 열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역사적사건을 알리는 방법이 미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더 많은 애국지사와 사건을 알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잊히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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