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기록 10人 명사들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 <ten>

"좌절ㆍ실패 이겨내는 자가 인생의 성패 좌우"

‘고교얄개시대.’ 기성세대들에게는 다시 온 봄의 향기처럼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일 것이다. 당시 고교생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없던 시절인지라 ‘얄개시리즈'는 그 시도만큼 인기도 대단했다. 요즘 스타로 치자면 유승호 정도의 포스라고 해야 비교가 될까? 그때 그 스타 진유영 감독이 이번에는 10년의 세월을 털어 사람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진유영 에세이 <라스베이거스 짬뽕사건> 이후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네, 가끔 영화로 인사드렸고 자주는 못 뵈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왔습니다. 그  

▲ 진유영 감독은 10인의 명사들의 성공 이야기를 담은 책 <10(ten)>를 발간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러다 보니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죠. 촬영에 주인공이 됐던 200명쯤 되는 분들의 인상 깊은 삶의 이야기를 기록해 왔습니다. 최근 그 중 열 분의 이야기를 뽑아서 <10(ten)>이란 책 제목을 붙여 엮어 봤는데요. 이분들의 이야기가 방송으로는 곧 잊히지만, 책으로 기록하면 긴 시간 사랑 받을 책으로 남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찍으시랴, 책 내시랴 많이 바쁘셨죠?

틈틈이 작업했습니다. 제가 뭐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실력 있는 문필가도 아니지만, 워낙 그 분들 삶의 이야기에 담긴 것이 많은지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이 읽힌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인터뷰를 하면서 사람에게 ‘때(時)’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젊은 시절 반항심이 많았죠. 그 자리에 안주 하기보다는 끓어오르는 젊음에 무엇인가 계속 박차고 나갔어요. 이제 인생을 조금더 살아보니 ‘그것이 다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당시 불만과 반항심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했던 데에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을 인터뷰하시면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요?

나에게 어떤 환경과 여건이 주어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일을 얼마나 신이 나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식상한 이야기 같지만, 성공한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입니다. 또한 성공한 사람은 과거에 반드시 쓰라린 실패와 고통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분들은 입을 모아 말하죠. “그 순간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말입니다.

오늘의 진유영이 있기까지 감독님께는 어떤 인생의 고비가 있었나요?

제가 30살에 처음 감독으로 데뷔할 때 흥행 영화의 대부분은 포르노였습니다. 흥행 문제 때문에 다른 종류의 영화는 엄두를 못 낼 때였죠. 그런데 저는 왠지 그게 싫었습니다. 더군다나 감독 데뷔를 하는 처녀작인데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을 찍고 싶었죠. 주변에서는 다 말렸지만, 저는 고집을 꺾지 않고 예술적인 작품을 위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지방장사를 해 가면서 작품을 어렵게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흥행이 보장되지 않은 작품을 누가 나서서 데뷔시켜 줄 리는 없었죠. 결과는 당연했습니다. 흥행에 실패해서 3억, 지금으로 친다면 한 30억쯤 되는 어마어마한 빚을 지게 됐습니다. 첫 작품에 빚을 지니 정말 자살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매일 빚 갚으라고 연락오고 도망 다니고, 자살의 문턱까지 갔습니다. 제가 끝까지 좌절했다면, 자포자기 했다면 지금 이렇게 살아있지 않았을 겁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두 번째 작품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간시장>이란 작품이었는데요. 진정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죽으려고 한 사람이 뭘 못하겠습니까? 그것을 계기로 진 빚을 다 갚고도 작품 두세 편을 더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반드시 좌절과 막다른 길이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본인 스스로가 어떻게 극복을 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ten>에서 만난 열 분의 명사들 중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분들이 기억에 남았고 그 중 10분을 뽑기도 힘들었지만, 그 가운데에서 베스트를 뽑는다면 지금은 고인이 된 <쥬라기 공원>의 마이클 크라이튼 감독을 꼽고 싶습니다. 영화감독일 뿐만 아니라 작가이시기도 한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엄청난 개런티를 받는 작가였지만 아주 소박하게 살았고, 자국 물건만을 구입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쓰는 물건 전부를 국산품을 쓰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그 당시에 마이클 크라이튼 감독의 의식은 저에게 많은 충격을 줬습니다. 또 다른 한 분은 두봉 주교 입니다. 25세의 젊은 나이로 한국에 선교활동을 와서 여든을 넘기기까지 거의 전 생애를 한국에서 보내셨죠. 스스로를 외국인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두봉 주교는 한 달 60만 원을 받고 그 중 30만 원을 기부했다고 합니다. 제가 먹고 살 수 있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왜 먹고 살 수 없습니까? 나눠주는데 왜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라고 반문하시더군요. 나 자신이 참 부끄러웠고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행복은 정신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독자 분들께 이런 분들의 정신을 소개하고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한편 솔직한 고백을 해보자면, 성공한 유명인 중에는 자기중심적인 분들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당시에는 몰랐는데 글을 쓰면서 깊이 파고들어 인물을 살펴보니 의외로 자기만 아는 면이 발견되더란 거죠. 자기만을 위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우리가 봤을 때 성공한 유명인이라는 것. 여기서 고민이 됐습니다. ‘과연 이기주의자가 성공하는 것인가?’라는 문제였죠. 물론 그 분들이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란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성공과 꿈이란 무엇인가를 되짚어 볼 시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돈과 명예가 있다고 해서 성공의 본질에 다가선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감독님의 성공은 어떤 것입니까?

저는 아직도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제 자신을 보게 되었고 진짜 성공이란, 진정한 명사의 대열에 들어가는 조건이란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 답을 찾기 위해 저는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끈질긴 노력이 있다면 반드시 이뤄질 거라 생각합니다. <ten>의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 될 것입니다. 요즘 꿈을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반드시 좌절을 딛고 일어나는 사람만이 성공을 누리고 그 분야의 명사가 된 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습니다 .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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