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스스로 ‘보수우파’라고 주장하는 극우파가 정권을 잡거나 주도권을 잡기 쉬운 나라가 한국이다. 북한이 있으니까. 분단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고 통일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분단을 이용했다. 조금 색다른 주장을 하면 ‘색깔’을 덧칠하고 ‘빨갱이’ 혐의를 씌워서 대중으로부터 분리시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세력이 바로 이들 자칭 ‘보수 우파’다. 자유민주주의에 반대하고 체제를 부정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거나 이적행위를 한 것으로 덮어씌우거나 북한하고 같은 주장을 했을 뿐 아니라 내통까지 했다고 몰아가거나 그도 아니면 체제 파괴 세력으로 낙인을 찍는다. 안 통하면 언젠가 멈출 텐데 통하니까 같은 수법을 계속 써 먹는 거다. 

북한을 비판하는 단체도 친북이라고 몰아서 국가보안법으로 옭아매는 세력이 바로 그들이다. 그럴듯한 걸 잘도 찾아낸다. 소재거리를 잡기만 하면 그럴듯한 덧칠을 해서 친북이다 빨갱이다 종북이다 이적이다 하면서 이마빡에 딱지를 붙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를 팔아먹었다고 몰아가기도 하고. 그 동안 ‘보수우익’이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은 인권정책, 민생정책, 주거정책, 노동정책, 경제정책, 국방정책, 평화정책, 과학정책 같은 정당당한 방법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고 북한을 등장시켜 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승패가 너무 쉽게 나니까 반대 세력 쓰러뜨리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느꼈을 것이다. 

이것도 거듭 반복하다 보면 잘 통하지 않을 때가 올 수밖에 없다. 요즘은 어떤 때는 힘을 발휘하고 어떤 때는 힘을 못쓰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극우성향의 세력도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주특기가 종북몰이 내지 빨갱이 사냥이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정책으로 당당하게 승부하기에는 실력이 없고 믿어 주지도 않고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이해할 힘도 없다. 그러니 옛날 생각만 하는 거다. 벌써 고인이 된 지 반세기가 지난 박정희라는 인물에 매달리는 이유다.   

종북몰이 내지 빨갱이 공세는 선거 때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매복병 같은 존재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매복병의 존재를 모르고 태평하게 지나가다가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상처를 입는다. ‘종북’같은 개념은 애매하기 짝이 없다. 같은 책을 가지고 있어도 학자나 연구자가 가지고 있으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죄에 안걸리고 정부에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으면 걸린다. 같은 연구자라도 연구만 하는 사람은 안걸리고 비판적인 성격의 사회단체 활동을 병행하거나 ‘전력’이 있는 사람은 걸린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우파의 비극은 좌파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좀 진보적이다 싶으면 빨갱이, 친북, 종북 딱지를 붙이는 탓에 몸을 사리게 된다. 좌파라는 말을 쓰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고 좌파로 불리는 걸 꺼리는 문화가 형성된다. 한국엔 좌파, 우파 이런 구분이 거의 없고 좌익, 우익 이렇게 밖에 구분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좌익은 빨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선 일반화된 좌파, 우파 구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좌파 대신 진보, 진보 대신 민주 이렇게 쓰다 보니까 좌파는 유명무실해지고 보수파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 같은 야당이 좌파로 불리는 비상식적인 구도가 만들어져 버렸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권리를 침해 받기 쉬운 노동자들과 도시 서민, 빈민과 인권을 짓밟히며 힘겹게 살아가는 계층의 삶을 좌파가 대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모든 정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말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야당, 여당 모두 좋게 말해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고 냉정하게 말해서 온갖 잡탕 정당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념이 아니라 인맥 따라 학맥 따라 지역 따라 각양각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게 모두 종북몰이의 폐해다. 

자유롭게 책 쓰고 자유롭게 읽고 자유롭게 말하고 자유롭게 집회할 수 있고 자유롭게 정치활동 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다. 종북 또는 빨갱이 공세로 말을 못하게 하는 건 우리 사회에 백해무익하다. 모든 걸 터놓고 말하는 사회가 민주주의다. 더 이상 분단을 이용하는 세력도 남의 말을 못하게 막는 세력도 없는 나라, 민주주의와 자유, 정의가 꽃피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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