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22일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가던 금오공대 학생들을 실은 버스가 고속도로에서 언덕으로 구르는 사고가 났다. 안타깝게도 운전자는 사망했지만 승객 가운데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었다. 소방서에 따르면 학생 거의 전원이 안전벨트를 맨 덕이라고 한다. 차가 5미터 아래로 추락한 걸 생각할 때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사망자나 중상자가 많이 났을 것이다. 이처럼 안전벨트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소중한 생명벨트다. 

현재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하는 버스와 광역고속버스는 안전벨트가 의무화되어 있는 반면에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와 마을버스는 예외로 규정했다. 우선 지적할 점은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벨트 규정을 국토교통부령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위임해 놓았다는 점이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해야 한다. 시내버스를 예외로 한 건 고속도로만큼 위험도가 높지 않다는 게 이유일 것이다. 이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무엇보다도 생명과 안전 문제를 보는 시각이 문젠데 더 위험해 보이면 안전 대책을 실행하고 덜 위험해 보이면 안전 대책을 실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건 지독한 안전불감증이다. 안전 위험이 있는 곳에 반드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시내버스 운행할 때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일지라도 다른 차가 뒤에서 추돌하거나 시내버스 쪽으로 돌진해 오는 경우, 정면충돌하는 경우 승객들이 다치거나 사망할 수가 있다. 시내버스 운전자 가운데는 갑작스런 끼어들기는 예사고 급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이게 모두 사고 요인이다. 우회전 코스인데 직진해서 하천에 곤두박질한 경우도 있었다. 사고에 대비해 시내버스에 안전벨트를 의무화하는 게 절실하다.  

지난 2일 경기도 의회 천영미 의원이 ‘경기도 노선버스 서비스 향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전벨트 조례다. 경기도에서 안전벨트 조례가 통과되면 다른 지자체로 퍼져나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하나의 모범이 만들어지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이 빠르게 퍼져 나가는 게 정보통신사회의 특성이다. 우리나라처럼 정보통신이 발달한 사회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경기도 의회와 경기도는 천 의원의 제안을 하루 빨리 처리하기 바란다. 다른 지자체도 발 벗고 나서라. 시내버스 안전벨트 조례는 진즉 만들어졌어야 할 조례다. 그동안 시민들은 안전벨트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난 뒤 국민의 안전감수성은 상당히 높아졌는데 정부와 지자체 관료,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들의 안전감수성은 거의 그대로다. 

시내버스 안전벨트를 의무화하면 버스 운송 사업자의 반발이 있을 것이다.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버스 운전자들이 있을 것이다. 왜 안전벨트를 해야 하느냐고 항의하는 승객들도 있을 것이다. 생명 안전의 길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변화에는 반발심리가 작동한다. 버스 기업은 시민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나와 가족, 이웃의 생명·안전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내가 살아 있어야 다른 모든 것도 의미 있는 것이다. 눈앞만 보면 ‘원활한 운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괜한 규정을 만들어서 힘들게 한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공기를 마시지 않으면 안 되듯이 안전규정 없이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안전벨트 착용은 자연스럽게 나의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지 아닐까.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환영할 일이다. 국토부 발표 가운데 문제점은 신규 모델은 2019년부터 적용하고 기존 모델은 2021년부터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3~5년을 미룰 이유가 무엇인가. 안전사고는 제도가 정비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신모델과 구모델을 구분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어떤 발상인지 듣고 싶다. 차종 규별 없이 올해 바로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해 11월 이학재 의원은 안전띠 미착용 경고 장치를 모든 좌석에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됐다. 국회는 이 의원의 발의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안전입법에 늑장 대응하면 그게 바로 직무유기고 생명안전을 해치는 행위다. 국회는 안전벨트 규정 말고도 수많은 안전입법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들은 국회가 무엇 하는 곳인가 하고 묻는 것이다. 청와대가 적폐의 본산이라고들 하지만 국회 역시 그에 못지않다. 그동안 생명안전 입법을 지연시키거나 아예 현안이 되고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한 입법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명안전 문제에 변화는 없다. 화재안전, 건물안전, 건축 과정의 안전, 교통안전, 어린이 안전, 산업재해에 변화가 없다. 시내버스의 안전벨트 착용의무화부터 시작하자. 전 좌석 안전경고음 의무화부터 실행하자. 안전하지 않은 사회, 더 이상은 이대로 인정하고 이대로 방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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