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16일자 한겨레신문은 ‘헬기 기총소사 추정 탄피’가 광주 외곽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M16 소총 탄피보다 큰 것으로 벌컨포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 탄피’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국과수는 5.18 계엄군의 진압 현장인 광주시 금남로 전일빌딩 안팎에서 발견된 185개 총탄 흔적을 분석한 뒤 “헬기가 호버링(hovering·정지) 상태에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1989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 당시 고 조비오 신부, 인근 표구점 주인, 군의관의 증언이 있었고 헬기 기총소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있다. 공격헬기가 ‘지상 엄호했다’는 계엄일지도 있다. 광주일보에 따르면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3대의 헬기가 투입되고 벌컨포 탄환 1500발이 지급됐으며 사격명령이 하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군당국은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일축해 왔는데 기총소사로 추정되는 탄흔이 180여개가 발견되고 헬기에서 벌컨포로 사격한 것으로 보이는 탄흔까지 발견됐기 때문에 즉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군당국이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망설이거나 숨기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현 정부에 기대를 거는 건 난망한 일이고 국민의 대표기관이어야 하는 국회가 나서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올해는 광주 학살이 자행된 지 27년이 된다. 이 기나긴 세월 동안 발포 책임자도 못 가린 상태다. 헬기 기총소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광주 학살 발포 책임선과 구체적 실상에 대한 진상규명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폭력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헌정파괴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이 저항권을 행사했다. 국민이 광장에서 촛불을 든 이유는 굽은 건 펴고 막힌 건 뚫고 은폐된 진실은 드러내고 억울함은 풀어주라는 거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국가폭력이 자행되고 은폐됐던가. 해방직후 민중들이 민권, 민생, 민족자존 차원에서 들고 일어난 10월 항쟁은 국가폭력이 도화선이 됐다. 그런데 아직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경찰의 무차별적인 발포를 국가폭력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고 아직도 항쟁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지 못하다. 

‘여순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동족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것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고 정권의 안녕을 위해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인 대량 학살을 자행한 책임을 묻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승만은 ‘여순반란’ ‘4.3폭동’을 이유로 임시적 법률이 필요하다면서 악명 높은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악법적인 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당시 조선일보마저 사설로 법제정을 반대했다. 이승만은 4.3항쟁과 ‘여순사건’을 권력 강화를 위해 써 먹었다. 법 제정 다음해인 1949년에만 11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잡아들인다. 이번에 발표된 국정교과서에서는 여전히 여순사건을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 없는 즉결 처분 행위와 억울한 희생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역사에서 진상규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른 역사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실상을 올바로 파악해야 비로소 올바로 기억되고 올바른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쉼 없이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5.18 계엄군 기총소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정부와 군당국은 자위적 조치로 발포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신변에 위험을 느껴 살아남기 위해 발포했다는 것이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주장이지만 그동안은 통했다. 터무니없는 논리가 통한 이유가 뭘까? 정부와 국회의 진상규명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지 못했던 게 직접적인 이유다. 헌법과 법률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민주적 기본권과 저항권을 제대로 담아내기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랑스 헌법은 저항권을 명문화한 데 비해 한국 헌법은 저항권 조항이 없다. 우리 헌법은 인간 존엄성과 인권 개념도 약하다. 이 같은 헌법적 특성은 각종 법률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교과서와 공교육에 반영된다. 국민들과 청소년들의 인권의식, 민주주의 권리 의식이 약한 이유다. 세 번째로 국민이 관심과 참여로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정국을 맞으면서 시민들은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 역사적 진실 은폐와 왜곡이야말로 적폐 중에 적폐다. 국가기관이 국민을 향하여 총질을 했으면 국가폭력이다. ‘자위권 발동’ 이런 게 통하는 사회가 적폐가 만연한 사회고 후진국이다. 국회는 역사 은폐,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적폐청산에 나서라. 헬기 기총소사 의혹에 대한 진실 여부를 떠나 5.18 진상규명 작업에 나서야 한다. 광주 학살 희생자들의 나이가 80세 전후에 이르고 가해자들의 나이도 80살을 넘어가고 있다. 하루 빨리 진상규명에 착수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국회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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