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카라스갤러리에서 박정민, 송진 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카라스갤러리서 이동희 작가와 ‘연결’전 열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국 포털사이트에서 ‘박정민’ ‘송진’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정보가 얼마 나오지 않는다. 구글에서 영어 이름 ‘Jeong Min Park’ ‘Zin Helena Song’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이 나온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정민(41, 여), 송진(35, 여)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술을 시작한 뒤 미국행을 택해 자신의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롱아일랜드 대학교(Long Island University)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미국의 다인승 전용차선인 ‘High Occupancy Vehicle(HOV)’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전시회를 여는 등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HOV는 ‘혼자 가면 더디 가지만 함께 모이면 빨리 달린다’는 뜻으로, 열정을 가진 젊은 작가들이 모여서 상생하자는 취지에서 구성됐다.

HOV팀 중 박정민, 송진 작가는 이동희(40, 여, Dong Hee Lee) 작가와 함께 4~28일 서울 용산구 카라스갤러리에서 ‘연결(Link)’이라는 주제로 예술과 소통한다. 지난 과거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두 청년작가 박정민, 송진 작가를 만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박정민, 송진 작가와의 일문이답.

-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달라.

박정민: 크게 ‘자생’ 시리즈와 ‘공수래공수거’가 있다. ‘자생’ 시리지는 레이어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으면서 삶의 직·간접적인 경험들이 연결되는 것을 표현했다. 캔버스 위에 동양화물감을 사용해 물감이 번진 느낌을 줬다. 계획적인 것보다 우연을 좋아한다. 작품도 큰 토대는 있지만 우연히 물과 물감이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공수래공수거’는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두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노트에 일기를 쓰듯 그 순간을 바로 남기고 싶어서 한지와 먹, 나무젓가락 세가지 재료를 들고 다니면서 그렸다. 산이나 바다, 친구집 등 어떤 장소도 작업실이 됐다.

송진: ‘공간 안에 다각형’이라는 작품은 임신하고 있을 때 처음 만든 작품이다. 원래 기하학적이고 딱딱한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는데 이번 작품은 꽃을 변형해 표현해 ‘꽃(blossom)’이라고도 부른다. ‘따뜻’ ‘생명’ ‘조합’ 등이 딱딱하고 남성적인 선과 만나 중성적인 느낌을 준다. 직선으로도 따뜻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같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종이접기’라는 작품은 작가인생의 시작, 최종 목표와 연관돼 있다. 종이접기를 통해 처음 예술을 시작했으며, 대중들이 쉽게 예술작품을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하고 아크릴로 깨끗하게 다듬었다.

▲ 박정민 ‘공수래공수거’. ⓒ천지일보(뉴스천지)

- 작업하기 전에 하는 일은.

박정민: 참선하는 식으로 앉아서 명상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사사로운 생각이 들면 다시 집어넣으려고 한다. 사사로운 생각을 계속하게 되면 아무것도 안 떠오르기 때문이다. 마음이 편해졌을 때 작업을 시작한다.

송진: 항상 종이에다가 드로잉을 한다. 작업해야겠다고 생각되면 드로잉한 것을 보고 그중에 뽑아서 기분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 ‘공간 안에 다각형’도 3년 전 그렸던 드로잉을 활용한 것이다.

-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한국이 아닌 미국행을 택한 이유는.

박정민: 한국에서도 대학원을 나왔는데 작품을 하기에 너무 한정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유학을 결심했는데 그게 나았다. 유학이 목적이었으면 학업에만 충실했을 텐데 어학연수로 가니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어떤 날은 학교에 가서 작품을 보는데 한국에서는 완성작품이 아닌데 좋게 평가가 되는 게 신기했다. ‘내가 너무 완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다.

송진: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하긴 했는데 한국에서의 어려운 미술이 싫어서 미국에 갔다. 그곳에서 쉽고 자유롭게 하기 시작한 게 지금의 작품이 나왔다. 어린애들이나 예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쉬운 도형에 색만 칠했는데 작품이 될 수 있구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에게 미술이라는 게 쉽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끝까지 해보고 싶다.

▲ 송진 ‘공간 안에 다각형’.(제공: 카라스갤러리)

- 미국에서의 반응은 어떠한가.

박정민: 좋다. 색 자체도 차분해서 그런지 마음 편안해진다면서 좋아하시더라. ‘공수래공수거’ 작품은 마음에 드는 한 줄만 사시는 분도 있다. 아파트 로비에도 걸려 있다.

송진: 제가 원하는 대로 전시가 들어오고 있다. 대중적인 작품을 사람들이 많이 보고 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연결됐으면 하는 제 목표가 이뤄진 것이다. 한국에서도 전시를 열었는데 외국 스타일이 많이 보인다고 하더라. 아예 무시하는 사람이 있지만 대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 앞으로 예술가로서의 계획은.

아트페어를 하게 되면 지난 전시에서 작품을 구매하신 분이 다음 아트페어에서 오셔서 발전한 모습을 보신다. 그게 힘이 돼 연필을 들게 만든다.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들이 한순간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아티스트 하면 전문가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누구도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그 틀을 깨주고 싶다.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고 싶다.

송진: 제 작품이 팔려 벽에 걸렸을 때 공간이 밝고 화사해져서 에너지를 주는 게 좋다. 기분과 시즌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긴 하지만 힘 있고 긍정적으로 사는 저의 노력이 다른 분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앞으로 작가의 인생 중 지금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미완성이 나중에 보면 완성일 수 있다. 작품을 사주시면 사는 사람이 나를 믿어주고 내 가능성을 본 것이기 때문에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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