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지난해 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을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림과 동시에 인기를 얻은 배우 류준열이 1년만에 이번엔 상남자가 돼 돌아왔다.
영화 ‘더 킹’에서 정우성, 조인성 등과 함께 스크린에 컴백한 류준열은 조폭과 검사가 구분되지 않는 화려한 세계 이면의 어둠 속에서 뒤처리하는 들개파 2인자 ‘최두일’로 분했다.
영화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범죄드라마다. 박태수의 고향 친구인 ‘최두일’은 궂은일을 해결해주며 해결사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권력의 맛을 본 ‘최두일’은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박태수’에게 제안한다.
소년 같은 얼굴로 조폭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낯설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류준열은 류준열이었다.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교정기를 낀 인터넷 BJ로,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냉철함을 가진 천재 게임 개발자 등으로 완벽 분했던 그는 이번에도 ‘최두일’이 돼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추운 겨울 류준열을 만나 영화 ‘더 킹’에 대해 들어봤다.
- ‘더 킹’에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응팔’ 촬영 막바지쯤에 얘기가 오갔다. 한재림 감독님의 작품을 워낙 좋아해서 다 봤고, 시나리오를 받으니 떨렸다. 아니나 다를까 재밌었고 작업하는 동안 되게 설렜다. 캐스팅 당시 감독님과 영화얘기 많이 했다. ‘두일’이는 이런 인물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감독님이 생각한 분석이 제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 나중에 들으니 제가 ‘두일’이와 잘 맞아 떨어졌다고 하시더라.
- ‘두일’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인가.
‘두일’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외로우면서도 순수하고 자기의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변함이 없는 특징이 있다. 다른 검사 셋은 상황에 따라 의지에 따라 바뀌어 진행된다면 ‘두일’이는 올곧은 친구다.
또 그는 인간적인 인물인 것 같다. ‘두일’인 이면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자기 위치를 잘 알고 삶 속에서 사람도 대부분 힘들고 지치지만 선택한 길에 크게 변화를 하지려고 하지 않는다. 꿋꿋이 버티고 해내려는 인물이다.
- 연기 톤을 잡기 어려웠을 것 같다.
제가 생각하는 ‘두일’이는 전형적인 조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물이 처한 상황에 어떻게 선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집중하려고 했다. 검사들도, 조폭도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 점을 감독님하고 이야기했을 때 좋아하셨다.
그러다 보니 어떤 모습들은 검사와 조폭이 혼동된 장면도 있다. 그래서 문신 등 외형적인 것들로 보여주려고 했다.
톤 자체는 감독님이 들려주시는 음악으로 많이 참고했다. 감독님이 작업하시는 방법이 특이한 것 중 하나가 음악을 들으면서 연출하시는 것이다. 두일이 테마는 ‘Tears drop’이라는 곡이었다. 음악을 들으니 확실히 도움이 됐고 작업방식이 맞아 떨어졌다.
- ‘두일’이의 닮은 점이 있나.
저는 연기할 때 자신의 모습에서 많이 찾는 것 같다. 물론 자기 자신을 지우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 데 저는 어려운 것 같다. 제 안에 있는 작은 거라도 ‘두일’이와 가깝고 비슷한 점을 이끌어내서 확장하고 투영시켜 보여드리려고 하는 편이다.
‘두일’이는 자기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저도 사실 고민을 타인에게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주변 친구들은 인생에서 큰 굴곡이 있을 때 모여서 위로하고 하는데 저의 문제 때문에 모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첫 액션신이었다. 촬영할 때 힘들지 않았나.
굉장히 재밌었다. 신선한 경험이었고 같이 운동한다고 해야 하나. 축구경기를 하듯이 합을 맞추고 준비운동하고 연습했다. 무술을 그냥 짜는 게 아니더라. 무술감독님께서 대본을 읽어보시고 ‘두일’이를 분석해서 표현하신다. 어려웠는데 칭찬해주시고 그래서 신나서 했던 것 같다. 또 같이 연습하신 액션배우분들이 워낙 베테랑이셔서 준비하는데 재밌었다.
- ‘두일’이 외모 중에 가장 튀는 게 문신이다.
배우가 인물 속으로 빠져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있는데 전 아직 부족해서 그런지 옷을 입어야 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라. 문신을 하면 ‘두일’이가 된 듯한 느낌이 있었다. 확실히 하고 나서 거울을 보면 ‘두일’이 같았다.
-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으면 좋겠나.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보는 방식이 다를 것 같다. 이 영화는 한쪽에 치우쳤다기보다는 투표를 독려하는 등 기본적인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믿고 보는 건 대중들의 몫이고 잘 판단하기 바란다는 것이다. 시국에 맞게 본인이 보시면 될 것 같다. 시국을 예견하고 쓴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에 각자의 입맛에 맞게 딱딱 보고 들어가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