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통합, 대한기독교감리회(기감) 등 한국교회 주요 7개 교단을 중심으로 결성된 ‘한국교회총연합회(가칭, 한교총)’가 지난 9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한교총, 7개 교단 주축 연합체
교단들 성격 고스란히 유지해

교단장들, 연합 기대감 크지만
입장차 언제든 드러날 가능성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최근 출범한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를 놓고 참여교단 내 신학적 노선 차이에 따른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교총에 합류한 교단들이 교단 총회의 공식적인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치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교회는 한반도에 정착하면서 에큐메니컬 진영의 대표적인 단체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수용을 놓고 복음주의 진영과 에큐메니컬 진영으로 나뉘었고, 각각 노선을 달리해왔다. WCC의 한국지부격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주축으로 에큐메니컬 진영이 형성됐고, 이에 반발해 한기총을 위시한 복음주의 진영이 나타나게 됐다. 이에 이번 한교총 출범을 놓고 WCC를 수용할 수 없다며 복음주의 진영 교단 내부에서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교단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총회다.

23일 예장합동 총회장 김선규 목사는 한교총 참여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의식해 서울 대치동 총회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김 총회장은 “한교총에 참여한다고 우리 신학과 전통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합해 대응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 때문에 참여하는 것”이라고도 한교총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김선규 총회장은 또 한교총에 참여하고 있는 에큐메니컬 진영의 교단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김 총회장은 “한국교회에는 우리 교단과 같은 보수적인 입장의 교회들도 많고, 또한 진보적인 교단들도 있다. 그 신학적 입장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기도 하기 때문에 서로 적대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면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한다는 점에서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라고 설득했다.

◆‘보수-진보’ 상반된 노선

한국교회 내 ‘복음주의-에큐메니컬’ ‘보수-진보’ 진영으로 나뉜 뿌리 깊은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역사를 먼저 살피면 대한예수교장로회는 1959년 WCC 가입 문제 때문에 찬반이 갈려 반대 측은 예장합동, 찬성 측은 예장통합으로 분열됐다. 교세로 한국교회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두 교단은 이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반목해왔다. 이렇듯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의 노선은 확실하게 구분됐다. 교단연합기구도 WCC를 지지하는 NCCK와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한기총으로 나뉘어 상반된 길을 걸었다. 신학적 노선도 달랐지만 정치적인 노선도 큰 차이를 보였다. NCCK가 반독재·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면 한기총은 정권에 편승해 기득권을 얻었다.

지난 2013년 ‘세계 기독교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 현장에서는 진보-보수 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WCC 총회는 그리스도교의 화합과 일치를 추구하며 더 나아가 이웃종교와의 교류까지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보수 개신교 복음주의 진영은 설득하지 못했다. 총회가 열린 벡스코 주변에는 기간 내내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보수진영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 다른 종파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WCC에 대한 반대운동이 거셌다. 급기야 WCC를 지지해 예장합동과 나뉘었던 통합교단 내에서도 2014년 제99회 총회에서는 WCC 탈퇴 목소리가 나왔다.

◆7교단장 주도 교단연합체 ‘한교총’

그러나 이 같은 역사적인 흐름을 뒤로하고 주요 교단장들은 이번 한교총 출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0일 C채널 스튜디오에서 열린 공동대담에서 예장통합 이성희 총회장, 예장합동 김선규 총회장, 기감 전명구 감독회장은 한교총을 통해 개신교계가 하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교총이 출범에 대해 김선규 총회장은 “한국교회가 공동으로 개신교를 보호하고 교회 위기 대처를 위해선 공동체가 필요하다”며 “한교총은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고 27일 본방송에 앞서 국민일보가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이성희 총회장은 “한교총 출범을 통해서 진보와 보수 아우르는 연합체가 생겨났다”며 “미흡한 부분 있지만 잘 정리돼서 한국교회의 하나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명구 감독회장은 “한교총은 한국교회의 95%가 참여하고 있어 큰 의미가 있다”며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기독교가 대한민국의 1대 종교가 된 상황에서 이번 기회야말로 하나님이 주신 절호의 기회다. 이번 놓치면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보수-진보’ 연합에 대한 전망도 희망적으로 바라봤다. 이성희 총회장은 “보수교단을 대변하는 한기총과 진보적 교단을 대변하는 NCCK를 하나 되게 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단추가 잘 끼워지지 않았다”며 “이번에 감사한 것은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 소속된 23개 교단이 모여서 ‘이제는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공통의 합의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7개 주요교단장이 7인위원회를 구성했고 모든 교회를 아우르는 한교총이라는 기구를 발족했다.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다”고 자축했다.

교단 연합체인 한교총의 성격에 대해서는 김 총회장이 설명했다. 그는 “한교총은 철저하게 교단 중심으로 돼 있다”며 “교단 중심이라는 말은 교단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하고 교단 연합체로 대정부, 대사회, 대북문제 등 공동의 관심사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해나간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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