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관동팔경 으뜸 ‘경포대’와 역사적 명소 <대관령 옛길>

 

 

여행에서 얻은 신선한 자극은 문화를 창조하는 원천이 된다. 산과 바다, 울창한 숲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지고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자연과 하나 되어 살고자 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알게 될 땐 한민족의 후손인 것에 감탄과 함께 자부심이 절로 솟구치게 된다.
본지 특별기획 ‘한국의 역사여행’은 모래 속 진주 같은 선조들의 지혜를 찾기 위해 전국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그 중 첫 번째가 ‘관동팔경’이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북녘 땅 통천 총석정을 비롯해 고성 삼일포, 간성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 평해 월송정 중 강릉 경포대를 향해 차에 몸을 실었다.

 

▲ 굽이굽이 아흔아홉 옛 대관령길을 따라 내려가다 한 컷. 3월의 눈덮인 준령이 참으로 경이롭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박미혜 기자] 최초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허균, 최초 한문소설 금오신화의 김시습, 조선 대표 여류시인 허난설헌과 신사임당, 십만양병설 율곡 이이가 살았던 강릉을 향해 부지런히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희망!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란 글귀가 큼지막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강원도다.

횡계 나들목을 지나 대관령 풍력발전소 방향으로 들어서면 귓가를 스치는 공기가 꽤나 차다.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 놓았던 고속도로 풍경은 온데간데없고 온 천지가 눈 천지가 되어 반짝이는 설경이 펼쳐진다. 키 크고 훤칠한 강원도 명품 소나무들이 환영인사를 하듯 줄줄이 그 풍채를 드러낸다.

강릉 땅에 최초로 발을 디딘 곳은 해발고도 830m쯤 되는 (구)대관령휴게소 자리다. 차 문을 열기가 무섭게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대관령과 마주하는 첫 인사치곤 거칠다. 취재팀은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대관령 정상 860m 고지에 오르려 했으나 도무지 바람에 밀려 오르지 못하고 대관령 옛길의 끝 ‘반정(半程)’으로 내려갔다.  

 

▲ 신사임당이 율곡 이이가 넘고 다닌 대관령 아흔아홉고개 옛길.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힌 대관령 옛길은 유서 깊은 고갯길이다. 율곡 이이가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 가는 날 곶감 100개를 들고 굽이를 지날 때마다 1개씩 먹었는데 대관령을 넘고 보니 99개를 먹고 1개가 남았다 하여 ‘아흔아홉구비’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또 신사임당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읊었던 곳으로 반정에서 내려다 본 고향 강릉이 이토록 한눈에 들어오니 두고 온 홀어머니 생각에 어찌 울먹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사임당의 애절한 마음, 곶감을 하나씩 먹으며 올라갔을 율곡 이이, 구름 걷힌 대관령을 바라보며 5언7구시를 뽑았던 김시습이 다시 살아나 그때의 심정을 말해주는 듯하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이 개통된 후 꼬불꼬불한 (구)영동고속도로가 세인들에게 잊혀져 가는 요즘, 반정에서 근무하는 강릉지방산림청 이화태 산림보호감시원은 “대관령 복원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며 “대관령 정상에 친환경 공원을 만들어 전망대, 주막 촌, 백두대간 박물관 등 다양한 관광시설이 조성되면 많은 관광객이 이 길을 다시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는 길수도권에서 자가용으로 영동고속도로를 가다가 횡계IC로 진입한다. 그후 용평 방향으로 좌회전한 다음 456번 지방국도를 따라가면 구영동고속로 신재생에너지전시관(구대관령휴게소)에 닿는다. 구영동고속도로 대관령구간을 내려가다 보면 대관령옛길에서 대관령 준령을 감상하면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구영동고속도로 대관령구간은 대관령 아흔아홉구비로 굴곡이 많아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취재= 박미혜 기자 mee@newscj.com
사진= 최성애 기자 tip@newscj.com
영상= 손성환 기자 cjssh@newscj.com  
동영상= newsj.com(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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