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더 킹’ 조인성. (제공: NEW)

영화 ‘더 킹’에서 이 시대 王 되고 싶은 ‘박태수’로 분해
스타답지 않게 털털하고 수더분… 영화 얘기하면 돌변
“시나리오 속 일대기 공감… 나라면 어떤 선택할지 생각”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9년만이다. 배우 조인성이 영화 ‘쌍화점(2008)’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영화 ‘비열한 거리’로 대한민국영화대상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조인성이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으로 돌아왔다.

영화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인성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를 만나니 영화 속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이 깨졌다. 스타답지 않게 털털하고 수더분한 모습이었다. 반면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변했다.

9년간 영화팬을 기다리게 한 조인성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를 묻자 “특별한 이유는 없다. 딱 걸리는 작품을 기다리다 보니까 늦어졌다”며 “인간 조인성으로서 할일이 많았다. 드라마도 했고, 친구들도 만나고, 후배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예능도 봐야 하고 바빴다(웃음)”고 말했다.

오랜만에 영화이기에 그의 선택은 더욱 신중했다. 그때 ‘더 킹’의 시나리오가 조인성을 사로잡았다.

▲ 영화 ‘더 킹’ 조인성. (제공: NEW)

“일대기 형식이 너무 재밌었어요.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면서 사회를 보여주는 게 재미있었어요. 저의 어린 시절, 더 젊었을 때 열정의 찼던 모습들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있는 거예요. 마치 내가 쓴 것처럼. 나는 그 시절 무슨 고민을 했으며, 어떤 선택을 해서 지금의 내가 됐고, 앞으로 나는 무엇을 선택해서 나아갈 것인지 등의 맥락으로 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간 사회적 약자를 통해 대한민국의 부조리함을 담아내며 메시지를 전달했던 영화들과 달리 이번 영화 ‘더킹’은 세상 위에서 군림하는 권력가들의 민낯을 들춰내는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지적한다.

그런데 영화가 제작될 때만 해도 불가능할 줄 알았던 일이 개봉 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인성은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풍자하려고 했던 건데 어느 부분은 현실이 됐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나라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된다. 비꼬고 희화화하고 싶은데 다큐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마 이렇게까지 했겠어’ ‘이렇게 하면 웃기지 않겠어’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허탕해 했다.

▲ 영화 ‘더 킹’ 조인성. (제공: NEW)

예고편부터 본편까지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굿판’이다. 극 중 정우성과 조인성, 배성우는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굿판을 벌인다. 현실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기면서 일각에서는 이 장면을 추가 촬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해당 장면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일찌감치 촬영을 마쳤다.

조인성은 “촬영할 때 여름이었는데 찍으면서 많이 웃었다. 이성적이어야 할 검사가 얼마나 불안하면 무속인한테 맹신하는 하겠느냐”며 “나라의 운명을 굿에 맡기고, 배우들이 뛰는 게 복합인 의미가 있고 웃겼는데 (이후에) 논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조인성은 왕이 되고 싶은 남자 ‘박태수’로 완벽 분했다. 삼류 인생 아버지 밑에서 양아치 고등학생으로 자란 ‘박태수’는 검사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후 진정한 권력을 손에 쥐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조인성은 “제가 검사로서 나오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배역의 직업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그것보다 인물의 심리상태를 내가 공감하는가에 대해 집중했다”며 “제가 분량이 많아서 자칫 톤을 못 잡게 되면 이건 영화의 분위기랑 헤치기 때문에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잡아갔다. ‘더 밟아볼 것인가’ ‘웃기더라도 웃길 것인가’ 등 톤 앤 매너를 잡는 게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 영화 ‘더 킹’ 조인성. (제공: NEW)

9살이라는 나이를 먹으면서 조인성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카리스마가 한층 더 깊어졌다. 그의 연기에서 세월과 연기 내공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연기력은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부해 우여곡절 끝에 사시 합격에 성공하지만 일반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는 검사 생활에 지루해한다. 그러던 중 ‘박태수’는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권력자 ‘한강식’을 만나 승승장구한다. 조인성은 “우리는 누구나 직업을 가져야 하고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도덕적인 방법으로 하느냐 마느냐의 차인데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고민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방법이 나쁠지라도 나에게 이득이 생겨서 그 이득으로 내 가족이 먹고살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친다면 그런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인물들이 고귀하고 우아한 척하지만 결국 추악한 모습으로 구경거리가 되잖아요. 관객들이 볼 때 ‘아이고 꼴값 떨고 있네’라고 하는 거죠. 고학력임에도 어린애들보다 못한 행동을 하는 이면이 영화의 묘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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