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 군인이 군부대 내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개종교육을 받도록 강요한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사건은 국가가 개종교육에 개입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부산 군부대 교회서 발생… “출입 통제, 현장에 개종목사 있어”
피해자 모녀 “민간 통제구역, 사실상 감금… 부대 실랑이 묵인”
전역식 한다며 ‘부인·딸’ 부른 중령… “감금이라 생각하면 미안”

예비역 장성 “품위유지 의무 위반, 종교편향… 징계사유 해당”
변호사 “군대 내서 민간인 개종교육 시도됐다면 국가 개입한 것”

[천지일보=김빛이나·명승일 기자] 현역 군인이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군부대 내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개종교육을 받도록 강요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광역시 진구 한 군부대에서 지난달 28일 A중령이 평소 종교문제로 갈등을 겪던 부인 B(50)씨와 딸 C(24)씨를 군부대 내 교회로 불러들여 개종목사에게 개종교육을 받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의 주장대로 군대 내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개종교육이 시도됐다면, 이는 국가가 개입한 것에 해당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A중령은 26일까지 해당 군부대 대대장이었으며 27일 이·취임식을 치렀다. B씨는 27일 남편 A중령으로부터 전역식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딸과 함께 지난 27일 해당 부대 관사를 찾아갔다. 남편과 평소 종교문제로 갈등을 겪던 B씨는 느닷없는 전역식 소식을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A중령은 “28일 오전 10시 전역식이 있고 병사들이 축하해줄 것”이라며 B씨를 안심시켰다.

이에 이튿날 28일 오전 9시쯤 B씨 모녀는 위병소를 통과해 부대 내 교회로 이동했다. 곧바로 친척 등 6명이 교회 안으로 들어왔고 B씨는 친척도 전역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척은 B씨 모녀의 출입을 통제하며 돌변했다. 이후 개종상담가로 알려진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부산 상담소장 황의종 목사가 들어왔다.

B씨 모녀는 현장에서 개종교육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으나 묵살됐다. 친척은 개종교육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강요하는 등 3~4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개종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황의종 목사가 상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실랑이에 지친 오후 10시경 부대 밖에서 B씨 모녀의 이름을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연락이 두절된 B씨 모녀를 찾기 위해 B씨의 교회 지인이 군부대를 찾아왔던 것이다.

C씨는 재빨리 상황을 알리기 위해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B씨와 B씨 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지인의 연락을 받고 위병소 앞에 출동한 경찰이 C씨의 외침을 듣고 조사를 시작했고 A중령은 B씨 모녀에게 부대 내 교회에서 나갈지를 물은 뒤 밖으로 내보냈다.

B씨는 30일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민간인 출입이 어려운 부대 내 교회에 감금해 개종교육 상담을 받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남편과 종교와 관련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속상하다”고 호소했다.

딸인 C씨는 “부대 내 교회 밖을 지나는 사람도 교회 안에서 12시간 넘게 실랑이가 벌어지는 상황을 알았을 것 같은데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 놀랐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부대 내에서 어느 선까지 알고 묵인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중령은 B씨 모녀를 부대 내 교회에 감금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감금한 게 아닌데 (아내와 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 예비역 장성은 “대대장이 군인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종교적인 편향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현직 변호사는 “군대 내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개종교육을 시도했다면, 이는 국가가 개입한 것에 해당한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한편 B씨 모녀를 찾기 위해 군부대를 방문한 지인에게 초병이 공포탄을 쏜 사건도 발생했다. B씨는 남편의 개종교육 시도를 우려해 같은 교회에 출석하는 엄모(39, 여)씨와 성모(44, 여)씨에게 연락이 안 될 경우 부대로 찾아와 도움을 달라고 미리 요청한 바 있다. 엄씨와 성씨는 28일 오전 이후 B씨 모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오후 10시쯤 해당 부대를 찾았다. 엄씨와 성씨는 위병소 초병에게 부대를 방문한 이유를 밝히고 출입을 요청했다.

엄씨는 “초병은 ‘뒤로 물러나라’ ‘암구호를 대라’며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B씨 모녀가 부대에 있을 것으로 생각해 B씨 모녀의 이름을 불렀는데 초병이 우리를 향해 공포탄을 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9일 모 기독언론은 ‘특정교단 신도들이 심야에 부대 정문 철장을 잡고 흔들며 군부대 진입을 시도해 초병이 공포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엄씨는 “부대 정문 철장을 잡고 흔들며 부대 진입을 시도한 사실이 없다. 초병이 떨어지라고 얘기해 3m가량 떨어진 곳에서 대화를 이어갔다”고 반박했다.

해당 부대는 초병이 정해진 수칙에 따라 대응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부대의 정훈참모(중령)는 “초병이 암구호를 하는 사이 (엄씨와 성씨가) 철문까지 왔다”며 “이들이 누군가를 부르며 철문을 잡았다. 3회 경고를 했고 이후 하늘을 향해 공포탄을 쐈다”고 주장했다.

한편 B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돈에 눈 먼 개종목사와 기독언론이 근거 없는 거짓말로 우리 모녀가 출석 중인 교회를 반(反)사회집단이라고 몰아 남편도 세뇌된 것 같다”며 “남편도 그들의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라고 성토했다.

이어 “나와 딸이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스스로 택한 교회”라며 “오히려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군부대 내에서 싫다는데도 억지로 종교를 바꾸라고 강요하는 개종목사의 행태가 반사회적 아니냐”면서 개종목사의 처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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