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서울 노원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상복 화가가 자신의 작품 ‘생명의 관계-2’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모든 탄생은 신비로워
말씀 깨달을 때 영감 얻어
모든 이 구도자 될 수 있다”

우주·인간 본질 현상화
세계서 작품성·예술성 인정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동그라미 밑에 길쭉한 선이 그어져 있다. 동그라미는 하늘, 선은 땅이다. 동그라미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니 길쭉한 선이 꿈틀거린다. 동그라미와 닿은 선은 사람 ‘人’ 모양으로 되더니 동그라미와 겹쳐진다. 땅이 하늘로 갔지만 아직 하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내 동그라미(하늘)와 선(땅)은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되는 순간 금빛이 빛나며 아름다워진다.

이상복 화가의 ‘천지창조Ⅰ·Ⅱ·Ⅲ·Ⅳ·Ⅴ·Ⅵ’는 천지인 사상을 말한다. 작품은 하늘과 땅은 하나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출발점에서 시작됐다. 이 화가는 자아와 세계와의 만남의 본질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처럼 이상복 화가는 단순히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그림으로 형상화해 주목을 받았다. 그의 그림은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또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전시회와 여러 차례의 개인전, 2015 광복 70주년 K-Art 아리랑전, 워싱턴 한인 미술가협회전 등에서 찬사를 받았다. 아울러 파리 살롱 드 그랑에젠 도쥬르듸 및 대한민국 미술대전, 한중문화교류상, 한국미협 이사장상 등에서 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 이상복 화가의 ‘천지창조’. ⓒ천지일보(뉴스천지)

작품성과 예술성을 모두 인정받고 있는 이상복 화가를 지난달 서울 노원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든 탄생은 신비롭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소우주와 ‘대자연’이라는 대우주를 생각했습니다. 나의 탄생과 우주의 탄생을 같이 본 것입니다.”

그의 그림을 보면 단순히 동그라미와 선 하나로 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삶에 대한 애환과 신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인간과 신은 본래 연결돼 있다는 것과 결국 하나 된다는 메시지다. 이 화가의 작품은 자아가 출발점이다. 자아와 세계 관계, 그 본질에 대한 물음이 화두다.

그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영원을 향한 마음이 있다. ‘천지인’이라는 작품을 보면 하늘과 땅이 하나 되고 싶은 마음이 표현돼 있다. 그 다음 나온 ‘천지창조’는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완전하게 표현된 작품”이라며 “신의 눈물이 떨어지니 땅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하늘의 뜻을 받으니 하늘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인처럼 머리가 들어간다. 몸이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생각과 마음과 사상이 같아져야 한다. 결국 나중에는 하나가 된다”고 덧붙였다.

▲ 지난달 서울 노원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상복 화가가 자신의 작품 ‘무제’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자신의 추상적인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동서양을 망라한다. 천지인 사상이 동서양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한지에 아크릴을 사용해 표현하고, 먹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화가는 “맨 처음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다가 결국 나의 존재부터 출발했다. 나의 존재 출발하다 보니까 철학에서 존재론, 인식론에 대한 서양철학을 접했다”며 “대학원에서는 동양철학에 관해 관심은 가졌다. 그때까지 몰랐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의 주제를 철학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무래도 한국인이다 보니 동양 사상과 철학, 동양관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음양 사상, 주역, 천지인 등을 거치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것이 하늘과 땅으로 집약됐다”며 “나의 존재에서 출발했지만 하늘과 땅, 나아가 나와 이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관계성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이 세상을 바라봤을 때 눈에 보이는 대상의 세계에서 그 세계를 지탱하는 근본적이고 원리적인 것이 무엇일까부터 고민했고 보이는 물질들을 넘어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정신세계의 진리를 추구했죠. 그리고 모든 것은 하늘과 땅으로 집약됐다는 것을 알았죠.”

▲ 이상복 화가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화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하늘과 땅을 표현했다. 캔버스에 진흙을 바르기도 하고, 한지에 닥나무를 붙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의 그림은 이미지로 보는 것보다 실제 눈으로 볼 때 작가의 의도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철학이나 좋은 말씀을 듣고 깨달았을 때 아이디어나 영감이 떠올라요. 철학을 향해 추구하고자 했던 게 진리라는 것이죠. 결국은 구도자의 길을 말합니다. 진리를 찾아 도를 구하는 사람이죠. 도를 구하는 사람은 머리 깎고 산속에 가는 종교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구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을 이야기하니 자연스럽게 종교와 연관이 된다. 작품 ‘우주 1·2·3·4’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작품에는 4개의 동그라미 안에 우주가 표현됐다. 이 화가는 “종교의 기원은 똑같다. 작은 동그라미는 기독교식으로 하면 계시록의 네생물, 불교로 보면 사천왕이다. 가운데 인양은 주역사상으로 보기도 한다”며 “이 세상을 이루는 것은 하늘과 땅이고 이것이 우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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