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대변인을 자처했던 한국교회 대표 연합기구 한기총‧한교연이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이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설립 당시부터 정권과 하나 돼 움직였던 한국교회가 대통령이 힘을 잃자 일찌감치 새로운 권력을 찾아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최태민 목사로부터 시작된 한국교회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을 조명하고 한기총 등의 최근 행보를 정리했다.

 

▲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 서울·경기지부가 지난 1월 1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영등포경찰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정치와교회-③정권과 공생한 한기총의 민낯]

납치·감금 수반한 강제개종교육 자행
개종목사들, 수백만원씩 교육비로 요구
소수종단 ‘이단’ 꼬리표 붙여 ‘여론몰이’

한기총 주류세력, 칼빈이 만든 장로교
한국서만 큰 비중… 세계적으로는 미약
‘제네바 학살’ 오늘날 개종교육 오버랩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태생부터 정권의 우군을 자처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제 중 하나가 ‘강제개종교육’이다. 기독교에서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납치·감금 등 각종 범죄가 자행되고 수십, 수백만원이 오가며 일부 개종 목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일이 버젓이 행해질 수 있는 이유는 한국 기독교의 기득권 세력이 정치·종교 권력을 등에 업고 ‘이단’이라는 굴레를 씌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신종교에 ‘이단’ ‘반종교’ ‘반사회’라는 꼬리표를 붙여 여론몰이를 하고, 이를 사업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주요 교단의 교인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밥그릇 지키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가 지난 4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개종교육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가족 종용하는 개종목사들

강제개종교육이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종교를 바꾸도록 강요·교육하는 일이다. 하지만 실제 한기총 소속 목사들에 의해 자행되는 개종교육은 그들 스스로 ‘이단’으로 규정한 소수 종단 성도들을 자신들의 교단으로 바꾸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는 개종(改宗)으로 볼 수 없다고 피해자들은 지적한다.

게다가 ‘강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피교육자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다 보니 납치나 감금 등 범죄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개종목사들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수법을 쓰면서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강제개종교육 피해자들은 “가족을 앞세운 채 개종목사들은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개종목사들이 직접적으로는 가담하지는 않지만 가족에게 납치나 감금 등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인데 특히 부모들에게 “아들, 딸이 이단에 빠졌다”고 불안한 심리를 조장한 뒤 “거기서 빼내야 한다”며 개종교육을 받도록 종용한다는 게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김수애(22, 여)씨는 지난 4월 개종교육피해자 기자회견에서 “개종목사가 어머니에게 개종교육을 시키기 위해선 납치와 감금이 필요하다며 저희 남매를 위협하게 하고, 상담이라는 명목 하에 계속해서 신천지에 대한 비방과 거짓논리로 어머니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들 개종 목사는 교육비, 각종 헌금으로 많게는 수백만원을 요구한다고 했다. 또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피해자들의 소속 교단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거짓 비방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가 지난해 7월 7일 서울 혜화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강제개종교육 피해 사례를 밝히면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피해자는 1천명 넘어서는데 ‘방치’

이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은 날로 늘고 있다.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후 강제개종교육 피해자는 현재까지 1000명을 넘어섰고, 2014년 이후로는 연간 150명 넘게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개종교육 과정에서 납치·감금·정신병원 강제입원 등 인권유린이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한기총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자체 조사결과(중복체크 가능)에 따르면, 2007년 이후 강제개종교육을 받은 교인은 641명에 달한다. 이 중 333명이 감금을 경험했고 267명이 납치, 227명이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중 351명이 협박 및 세뇌를 당했으며 79명이 수갑 및 밧줄에 묶였고, 29명이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는 등 충격적인 인권침해를 경험했다. 심지어 임신 상태로 끌려가 감금된 채 개종교육을 받는 믿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지난 9월에는 신천지 교인인 20대 여성이 가족들에 의해 산속 깊은 외딴 펜션과 오피스텔 등에 40여일간 갇혀 있다 극적으로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 김유진(가명, 24)씨는 펜션에서 옮겨진 후 나사로 박은 창문과 자물쇠로 이중 시건장치가 된 방에 갇힌 채 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 역시 개종목사가 뒤에 있었다고 김씨는 증언했다.

김씨는 “교육 내용은 성경말씀이 아니었다”며 “신천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어이없는 인신공격이 섞인 거짓말투성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느슨해진 감시를 틈타 감금 사실을 알리는 내용을 적어 창문 밖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렸고, 우연히 이를 발견한 주민의 도움으로 악몽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약 도움이 없었다면 김씨의 감금은 언제 끝날 수 있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강피연)의 ‘강제개종교육 피해자 인권 실태(중복체크)’에 따르면, 협박과 세뇌를 당한 피해자가 92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감금을 당한 피해자는 802명에 달했다. 납치를 당해 끌려간 경우도 663건으로 집계됐다. 폭행(541건)을 당하거나 수갑·밧줄(367건)로 포박되기도 했다. (출처: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 ⓒ천지일보(뉴스천지)DB

◆CBS, 인권유린 현장 버젓이 방송

이 같은 인권유린 현장을 CBS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송을 통해 내보내며 더 큰 충격을 안겼다. CBS는 2014년부터 약 6개월간 촬영한 특집 다큐 ‘2000시간의 관찰보고서-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신빠사)’을 지난해 3월부터 8부에 걸쳐 방송했다. 방송에는 신천지 교인들이 강제로 상담소에 끌려와 사실상 감금된 상태에서 개종교육을 받는 모습이 담겼다. 화면 속 피해자들은 지속적으로 교육 거부 의사를 밝히지만 가족과 상담사들에 의해 교육이 강요되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됐다.

방송 이후 CBS가 이 같은 인권유린을 방조하고 몰래 촬영해 방송했다는 점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방송 후 변상욱 CBS 본부장이 상담자 몰래 촬영했을 뿐 아니라 피상담자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강제개종교육이 이뤄지는 사실을 알면서 촬영했음을 시인하는 내용의 발언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한때 한국 기독교를 대표한다고 자부했던 한기총과 기독교방송 CBS가 하나 돼 사실상 인권유린을 조장하고 보도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비난이 일었다.

▲ 지난 2003년 1건에 불과하던 강제개종 피해 사례는 신천지를 감금, 폭행, 가출, 이혼 등을 유도하는 반사회적인 단체로 보도한 2007년 5월 8일 MBC PD수첩 ‘신천지의 수상한 비밀’ 방송 후 75건으로 급증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 신천지는 가출, 폭력, 감금, 횡령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고 법원은 MBC PD수첩에 대해 ‘정정 및 반론보도’ 판결을 내렸지만, 강제개종교육 피해자는 2008년 78명, 2009년 99명, 2010년 90명, 2013년 130명, 2014년 160명, 2015년 150명이 발생하는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출처: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한기총 뿌리는 ‘마녀사냥’ 자행한 칼빈

개종교육을 면면이 살펴보면 개종목사들이 내세우는 명분마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교회 주류 세력인 한기총 등이 규정한 이단이라는 점을 개종교육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이들이 주류라고 볼 수 없다.

한기총을 비롯한 한국교회 주류 교단은 장로교다. 그런데 이 장로교는 유독 한국에서만 그 비중이 클 뿐 세계적으로는 장로교 인구가 매우 미미하다. 2014년 기준 한기총 소속 71개 교단 중 56곳(78.8%), 한국교회연합(한교연) 소속 38개 교단 중 33개(86.8%)가 모두 장로교다. 반면 미국 해외선교연구센터(OMSC)가 발행한 ‘2013년 세계선교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장로교 인구는 약 180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0.25%, 전체 개신교인 중에서도 3.4%에 불과하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보면 이들 역시 소수이기 때문에 ‘이단’이다. 실제 다른 교단이 월등히 많은 미국 일부 주에서는 장로교가 이단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장로교를 창시한 칼빈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칼빈은 자신의 교리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는 등 이른바 ‘마녀사냥’을 자행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당시 스위스 제네바에서 종교국이라는 특별기구의 수장으로 칼빈이 사형시킨 공식 인원만 58명, 추방한 인원도 76명에 달한다. 칼빈 추종자들이 자행한 마녀사냥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브라이언 레벡(Brian P. Levack)은 ‘유럽의 마녀사냥’이라는 책에서 ‘칼빈 사상이 지배하던 스위스에서는 8800명 이상의 여성이 마녀로 재판을 받고 5000명 이상이 처형됐다’고 기록했다.

 

당시 유럽 등에서 자행된 마녀사냥의 큰 목적 중 하나가 경제적 수입 즉, 돈벌이 수단이었다는 지적은 오늘날 한기총 소속 목사들을 중심으로 자행되는 강제개종교육과 오버랩 된다. 50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뿌리는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뿐 아니다. 칼빈의 교리 역시 성경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칼빈의 대표적 교리 중 하나인 예정론은 구원받을 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논리다.

“영생이 예정된 자가 다시 영멸로 예정되거나, 영멸로 예정된 자가 다시 영생으로 예정되는 변동은 없다.”

선택받은 자는 어떠한 죄를 짓더라도 용서가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떤 믿음과 행동을 하더라도 구원받지 못한다는 주장인데 이는 기독교를 믿을 이유마저 잃게 만드는 해괴한 성경관이다. 구원이 정해져 있다면 굳이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믿음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수많은 주석을 쓴 그가 신약의 예언서인 요한계시록만은 해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계시록을 정경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논리는 칼빈 교리의 허구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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