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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얇은 사 (紗) 하이얀 고깔은 / 고이 접어서 나빌네라 / 파르라니 깍은 머리 / 박사 (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빈 대 (臺)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 중략 …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

조지훈의 시 ‘승무’ 중 일부다. 불교의 춤 승무를 아름답게 묘사한 시로 꼽힌다. 이 시에서는 스님의 머리를 가리운 ‘고깔’이 등장한다. 이 고깔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고깔은 한지를 접어서 만든 윗부분이 뾰족하게 생긴 모자다. 이 모자는 민속신앙의 삼신과 석가모니의 신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의례를 진행하는 집례자가 머리에 쓰기도 하며, 가정신을 모시는 조상단지, 시주단지 위에 씌우기도 한다. 무속인이 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시풍속으로 전해지는 전통을 보면 선조들은 조상신을 모시는 단지에 쌀을 넣고 한지로 봉하거나 고깔을 씌워서 보관했다. 모시는 신이 고깔을 쓰기 원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이유로는 단지에 먼지가 앉지 말라는 의미에서 고깔을 씌우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안의 제사나 잔치, 초상이 있거나 생일이 돌아오면 세존단지 앞에서 나물과 밥을 차려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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