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레샤 페레라 톡투미 대표가 모니카 인형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레샤 페레라 톡투미 대표

“한국서 언어문제 등으로 재능발휘 기회 많이 막혀
여성들의 일자리 만들어주고 꿈 찾도록 돕는 역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물질적인 도움 아냐
약자 아닌 한국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봐줬으면”

“결혼 이민자들도 ‘어디서 온 사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안에 적응하고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화가 해결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톡투미(Talk to me), 말을 꺼내주세요, 대화합시다’라는 의미로 단체의 이름을 지었죠.”

톡투미는 오프라인 회원 500여명, 온라인 회원 4000여명이 함께하는 이주여성 자조 단체다. 2010년 10여명이 함께하는 작은 동아리에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이주여성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다문화 여성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발했지만, 지금은 ‘소통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체를 6년여간 이끌어온 이레샤 페레라 대표를 만나 ‘톡투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니카 1만여개 생김새 다 달라

그를 만난 서울 용산구 사무실 안에는 헝겊으로 만든 인형들이 가득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피부색, 머리색, 얼굴 생김새, 옷차림이 모두 다른 ‘사람 모양의 인형’이었다. 비슷하게 생긴 듯했지만 같은 모습은 하나도 없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인형들이다.

이레샤 대표는 이 인형에 대해 ‘모니카’라고 소개했다. 이국적인 느낌이지만 이레샤 대표는 “머니까, 모니카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멀리서 왔다’는 의미로 우리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모니카 인형은 몸통이 재단된 키트를 가지고 솜을 넣어 바느질을 해서 만든다. 여기에 집에서 입지 않는 옷들을 활용해 옷을 만들고, 얼굴에 눈과 코·입 등을 그린다. 사람의 생김새와 삶의 모습이 다 다르듯 모니카 역시 지금까지 1만여개가 만들어졌지만 같은 건 하나도 없다고 이레샤 대표는 설명했다. 모니카를 통해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하자는 취지다.

이 인형들은 국내외 소외계층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보내지거나 판매된다. 키트와 인형들을 만드는 작업에는 이주여성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의 일자리인 셈이다. 또 판매금 일부는 소외계층을 돕거나 이주여성들의 활동을 위해서 사용된다.

이레샤 대표는 “다문화 여성들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다”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그 일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서 재능 발휘 어려워”

그는 모니카 인형 외에도 이주여성들이 만들었다는 에코백을 소개했다. 자신들의 고향인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의 자연과 상징물들을 그렸는데 수준급 솜씨다. 그동안은 이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맞닥뜨려야 했던 여러 제약으로 그 재능들을 묵혀둘 수밖에 없었지만 톡투미를 통해 그 재능들이 발휘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톡투미는 이주여성들이 문화적 재능을 통해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주여성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소외계층에도 손을 내밀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고 했다.

이레샤 대표는 어떻게 이 같은 단체를 만들게 됐을까 궁금해졌다. 결혼 전 ‘디자인’에 재능이 있었지만 결혼 후 한국 땅에서 그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운 마음이 늘 있었다. 여러 방향으로 문을 두드려봤지만 당시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의 가정 밖에서 무언가를 시도하기에는 제약이 많았다.

“막막했어요. 무언가를 하려 해도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한국어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벽이 있었죠. 물론 언어가 필요한 조건이라는 부분은 공감하지만 한국에서도 한글 잘 모르는 어르신들도 훌륭하게 자식들을 키워내시는데, 모든 걸 언어만으로 평가하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보자, 한국사회 속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단체를 만들게 됐다.

이레샤 대표는 시대가 흐르면서 과거보다는 ‘다문화’를 위해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다문화 여성들이 원하는 걸 위해 내는 목소리는 약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이레샤 페레라 톡투미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꿈 찾는 이주여성들 보며 뿌듯”

그는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을 돈이 없어서 한국으로 시집왔다고 바라보거나 약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며 “약자가 아닌 한국사회의 다른 여성들과 같이 편견 없이 바라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래서 톡투미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가 한국사회의 다문화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회원들이 함께하고 있지만 단체를 시작하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았는데 ‘외국인이 무얼 할까’라는 따가운 시선이 있었죠. 처음엔 사무실 얻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1~2년간은 제가 따로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사무실 월세를 냈었어요.”

하지만 처음 가졌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모니카 인형과 같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톡투미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꿈을 찾고 적응하는 이주여성들을 지켜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 게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이레샤 대표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제 꿈은 결혼이주 여성들이 친정처럼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드는 거예요. 이혼하게 되는 이주여성의 경우 친정이 가까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 여성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편안하게 살고 싶은 건 누구나의 꿈이잖아요. 이주여성들이 작은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협동조합도 만들고 싶고요.”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하는 이레샤 대표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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