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비선실세 최순실 사건으로 시끄럽다. 신문·방송도 온통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이야기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예능프로그램과 온라인에서는 최순실과 박 대통령을 겨냥한 패러디가 등장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의 10월 정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0.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81.2%에 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이었던 60대도 긍정 18.1%, 부정 66.1%로 나타났으며, 지난 18대 대선 박근혜 투표층에서도 잘함 20.1%, 잘못함 66.0%로 나타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민심이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두 자릿수 붕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국정 개입 및 재단 자금 유용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비선실세’ 최순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최씨가 지난달 31일 검찰에 출석할 당시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국내 취재진만 300여명이 넘게 몰려들었으니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언론사뿐 아니라 해외 언론사의 취재열기도 뜨거웠으니 나라안팎으로 참으로 부끄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뒤에 숨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권력을 뜻하는 비선실세.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비선실세란 말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최순실의 아버지 고(故) 최태민이 창시한 영세교다. 최태민은 기독교, 불교, 천도교 사상을 혼합한 영세계(靈世界) 교리를 만들어 설파한 사이비교주로 알려진 인물이다. 영세교는 보통 ‘꿈’을 들어 사람들을 현혹시켰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던 시기 접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최태민 목사가 당시 모친 육영수 여사를 잃고 퍼스트레이디가 됐던 큰 영애(박근혜)에게 편지를 써서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났다는 현몽을 미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최태민에 이어 그의 딸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주술적 멘토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수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한 개인의 종교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하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다. 설사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정 전반에 걸쳐 대통령의 생각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돼서도 안 된다. 왜 국민 대다수가 이번 최순실 사건에 분노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이비종교의 가장 큰 폐해는 심신이 고달픈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는 것이다. 종교의 이름을 빌려 교묘하게 포장하나 실상은 자기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는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는 점이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기에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고, 종교에 의지할 수도 있다. 종교의 사이비, 이단, 삼단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해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사적인 영역에서나 이해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한 나라의 수장이자 국군통수권자의 위치에 있는 대통령으로서 국정 전반에 걸쳐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았다는 의혹,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은 분노하기에 충분하다.

대통령 하야, 탄핵이라는 구호가 그치지 않고 있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선실세 의혹에 관련된 엄정한 수사와 처벌,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다.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통령이다. 국민은 믿고 뽑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으로 기다려왔다. 국민의 믿음에,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에 대한 확실한 행동을 취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마도 우리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향한 마지막 기대일 것이다.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은 2016년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이번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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