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의 두 쪽에 기술된 허술한 전기차 ‘비상응급조치’ 안내서 일부(왼쪽)과 한국GM의 수십 쪽에 이르는 글로벌 수준의 ‘긴급조치 가이드’ 일부(오른쪽) 비교 (자료: 각 사) ⓒ천지일보(뉴스천지)

불나면 신속히 대피해야 하는데, 물 뿌려라 ‘황당’ 대응법
고전압 차단법 등 화재 대응 설명 없어 소방관 대처 어려워
반면 한국GM 글로벌 긴급구조 가이드, 상세설명 수십쪽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비상응급조치’ 안내서가 운전자와 소방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게, 내용이 허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의 전기차 안전 관련 지침은 두 쪽에 불과하고, 화재 시 대응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부실하다.

최근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 은폐 논란과 싼타페 에어백 결함 늑장 대응으로 검찰에 고발되는 등 소비자의 안전에는 뒷전인 행태를 보였다. 이에 대해 사과 한 마디도 없는 현대차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의 모습은 국민적 비판이 예상되기도 했다(하단 관련 기사 참고).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시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기차 화재로 목숨을 잃는 일도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와 동일한 재료(리튬)를 사용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화재 사건은 전 세계에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현대차의 전기차 안전지침은 허술한 상태 그대로다.

◆불나면 피해야 하는데, 물 뿌려라?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관련 ‘비상시 응급조치’는 글로벌 인증기관 등에서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수준의 대처법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사 한국GM의 글로벌 안전지침과 분량만 비교해봐도 수십 쪽의 차이가 날 정도다.

현대차의 응급조치는 단 몇 마디로 간단히 작성됐다.

전기차 화재 사건들을 보면 몇 분 만에 불길이 번지기 때문에, 대피하지 못하면 사망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현대차의 비상 응급조치 안내서에는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화재 전용 소화기를 사용해 진화하거나, 충분한 양의 물을 사용해 진화하라’고 돼있다.

또한 운전자가 숙지해야 할 내용과 소방관 등 긴급 구조 시 숙지할 내용이 혼재돼 있다. 현대차 응급조치 글에는 ‘고전압 전선(주황색)은 상해를 입을 수 있으니 만지지 말아야 한다’ 등이 기술돼 있다. 이는 운전자가 봐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 긴급구조자나 정비사가 숙지해야 할 사항들이다.

게다가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고 그림 설명 등도 없어 소방관이 알아보기 힘들다.

반면 한국GM의 글로벌 안전지침에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이미지까지 첨부돼 설명됐다. 평소에 숙지하거나 매뉴얼로 참고해 화재 시 대응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한국GM의 스파크EV 또는 볼트 차량용 ‘긴급조치 가이드’에는 전기차 차량의 식별부터 고전압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설명이 이미지와 함께 상세히 설명됐다.

또 구조자가 지켜야 할 안전사항으로 ‘절연장갑과 안면보호구 착용’ ‘오렌지색 고전압의 위험성’ ‘고전압 차단 스위치 설명과 차단 방법’ 등이 3차원 입체 이미지와 함께 수십쪽에 걸쳐 자세하게 기술됐다.

◆전기차 화재 5분 만에 전체로 번져

전기차 관련 전 세계 화재 사건들을 살펴보면 전기차 안전 교육이나 안내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케 한다.

세계적인 글로벌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S 차량은 지난 2013년 배터리가 도로의 날카로운 물체에 찔려 화재가 발생했었다. 올해 8월에도 프랑스에서 시승 중인 전기차가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5분 만에 차량 전체로 번지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폭발사고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12년에는 중국 BYD 전기차가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로 사망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전기버스 화재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에 사용하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양극재가 화재 발생 시 빠르게 연소된다는 분석을 냈다. 이에 니켈 배터리 등을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고밀도 배터리의 증가는 화재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이렇게 전기차 화재의 중요성은 중대한데도, 현대차 한 임원은 기자실에서 갤럭시노트7 화재 비난만 하고 있었다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서 돌기도 했다. 현대차 자신들의 결함 은폐 의혹이나 허술한 전기차 안전지침서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고 남만 비난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에 만난 로버트보쉬코리아 이후경 차장은 “전기차 운전자와 충전기 이용자, 정비사, 전기차 사고 시 대응하는 소방관 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국내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증·시험 기관인 독일의 ‘TUV SUD(터브 슈드)’ ‘TUV Rheinland(터브 라인란드)’ ‘VDE(독일전기기술협회)’와 함께하는 세계적인 기준에 맞춘 전기차 안전교육을 전파하고 있다.

그는 또한 “국내에는 현재 ‘전기차 고전압 안전 교육’ ‘전기차 충전기 설비에 대한 안전지침’ ‘고전압 배터리 보관과 관리지침’ 등이 도입되지 않았다”면서 “전기차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공인된 전기차 안전 교육과 시스템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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