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사 경내 풍경. 대웅전 안쪽으로 오후 법회에 참여한 불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나무가 수령이 450년 된 회화나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인정돼 수많은 종교가 한 데 어울려 살고 있는 다종교 국가다. 서양이나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 종교부터 한국에서 자생한 종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각 종단들은 정착하기까지 우리나라 곳곳에서 박해와 가난을 이기며 포교를 해왔고, 그 흔적은 곳곳에 남아 종단들의 성지가 됐다. 사실상 한반도는 여러 종교들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에 본지는 ‘이웃 종교 알기’의 일환으로 각 종교의 성지들을 찾아가 탐방기를 연재한다.

한국불교 큰 맥 ‘조계사’

서울 한복판 자리한 불교 도량
산자와 죽은 자 염원 한 데 모여

일주문 철로 된 사천왕 ‘독특’
500살 먹은 백송, 회화나무
천연기념물·유형문화재 풍성

[천지일보=강수경 기자]“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마침 오후 법회를 시작한다. 대웅전에서 흡사 주문과도 같은 스님의 독송이 흘러나왔다. 천수경 도입부다. 경내는 어느새 대웅전에서 흘러나오는 천수경 소리로 가득해진다.

대웅전 내에는 기도하며 불공을 드리는 신도가 끊이질 않았고, 마당에는 한국불교를 눈과 카메라에 담으려는 외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탑 주위는 기도하는 불자들의 탑돌이가 간간이 이어졌고, 탑 뒤에서는 생로병사로 인한 고통을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향이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의 본산 조계사의 한낮 풍경이다. 산 자와 죽은 자를 향한 온갖 마음이 모아지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주요 불교 도량이다.

▲ 대웅전 오후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국화수륙제를 사흘 앞둔 지난 6일 조계사를 방문했다. 평소 풍경에 한 가지가 더해졌다. 곳곳에 국화단지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일주문 앞의 큰 나무기둥에는 국화 화분이 360도로 붙었다. 덕분에 국화가 거꾸로 자라 꽃을 피운 것 같은 기이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극락전과 범종루 사이에는 금수강산을 표현한 대형 국화 산도 조성됐고, 영가위패와 소원을 담은 작은 국화화분들도 경내를 가득 채워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조계사는 이러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한국 불자들의 불심이 다 모이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계사를 중심으로 일대 불교단지가 조성돼 불자들의 수행과 법회, 템플스테이 등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다.

◆한손엔 용 잡고 한손엔 여의주 ‘사천왕’

조계사는 눈여겨 볼 보물과 같은 유산이 풍부하다.

먼저 여느 사찰을 가든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일주문에는 사뭇 다른 사천왕이 방문객을 맞는다. 철조물로 만들어진 사천왕은 돌로 된 수라(마귀)를 발로 밟고 손에는 각각 다른 물건들을 쥐고 있다. 한 손으로 용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여의주를 빼들고 있는가 하면, 삼지창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에는 탑을 들고 있기도 한다. 또 칼을 쥐거나 비파를 들고 연주를 하기도 하는 등 위엄 가득한 모습이다.

▲ 조계사 일주문에는 다른 사찰과 달리 철조물로 만든 사천왕이 방문객을 맞는다. 석재 수라(마왕)상을 밟고 한 손에는 용을 잡고 한 손에 여의주를 쥐고 있는 사천왕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천왕을 지나 경내로 진입하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백송이다. 천연기념물 제9호로 지정된 백송은 나이가 500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높이 14m에 뿌리부분 둘레는 1.85m다. 백송은 나무껍질이 흰 빛을 띠는 희귀한 소나무다. 성장이 느리고 번식력이 약해 개체수가 적다. 그래서 생물학적 자료로 가치가 높다. 이 백송은 원래 각황사에 있던 것이었는데, 각황사를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함께 이전해왔다.

백송과 함께 대웅전 앞뜰에 버티고 있는 회화나무도 눈길을 끈다. 이 회화나무도 수령이 45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높이 26m 둘레 4m에 이른다. 서울시 지정보호수다.

◆조계사의 꽃 ‘삼존불’ 모신 대웅전

불교 도량이라면 가장 중요한 곳은 대웅전이다. 조계사의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중앙에 두고 좌우로 동방 약사여래불과 서방 아미타불, ‘삼존불’을 모셨다. 서울시 지방 유형문화재 제127호다. 조계사 대웅전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단층 건물로는 최대규모다. 정면 7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에 약 777㎡(건평 235평)에 달하는 웅장한 목조건물로 근현대 한국불교와 조계종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유산이다.

잠시 역사를 살펴보면 조계사는 일제치하인 1910년, 조선불교의 자주화와 민족자존 회복을 염원하는 스님들에 의해 각황사란 이름으로 창건됐다. 당시 각황사는 근대 한국불교의 총본산으로 근대 한국불교 최초의 포교당, 일제하 최초의 포교당이었으며 4대문 안에 최초로 자리 잡은 사찰이었다. 1937년 각황사를 현재의 조계사로 옮기는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삼각산에 있던 태고사(太古寺)를 이전하는 형식을 취해 절 이름을 태고사로 정했다.

▲ 대웅전 내 삼존불(서울시 지방 유형문화재 제127호). 왼쪽부터 차례대로 동방 약사여래불, 석가모니불, 서방 아미타불. ⓒ천지일보(뉴스천지)

태고사를 창건하면서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은 정읍에 있었던 보천교(普天敎) 십일전(十一殿)을 이전해 개축했으며, 1938년 10월 25일 총본산 대웅전 건물의 준공 봉불식을 거행했다. 1954년 일제의 잔재를 몰아내려는 불교정화운동이 일어난 후 조계사로 바뀌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민족종교인 보천교, 불교 종파인 태고종이 조계사의 역사에 존재하는 셈이다.

대웅전 안에는 서울시 지방 유형문화제 126호로 지정된 조계사 목조석가모니불도 있다. 1938년 대웅전 준공 당시 전 불교계가 합심해 전남 월출산 도갑사의 부처를 이운해 모신 것이다. 이 목조 불상은 1460년대 전후 조선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 초기 목보 불상이나 보살상이 현대까지 보존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웅전 외벽에는 총 30개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석가모니가 출가하기 전부터, 출가 후 고행을 통해 시험을 이기고 열반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그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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