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특별사면(특사) 대상 발표를 앞두고 기업들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대상자 명단으로 거론된 가운데 1년 전 대기업 총수로는 유일하게 사면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다시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은 출소 당시 왼손에 성경을 들고 나와 많은 해석을 낳았다. 이에 본지는 특사 이후 최 회장의 행보와 남은 과제를 짚어봤다.

 

▲ 지난해 8월 14일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SK 최태원 회장의 왼손에 성경이 들려 있다. 최 회장은 수감 중 수차례 성경을 통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뉴시스)

최 회장, 알려진 대로 서민적인 모습…교인들도 별 의식 안 해
“최 회장, 김호수 전 부안군수에 ‘예수 믿어라, 성경 보라’ 권유”
성경엔 진정성 엿보여… 교회 관계자 “출석 일정하지 않아”

[천지일보 특별취재팀=백지원·이솜 기자] 지난해 8월 14일 새벽 0시 5분께 경기 의정부교도소 출소자 43명 중 가장 마지막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였다. 최 회장의 상의 옷깃에는 SK그룹 배지가 달려 있었고, 왼손엔 성경이 들려 있었다. 

최 회장은 수감 기간 중 수차례 성경을 통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일 그의 왼손에 들린 성경에 많은 언론이 주목했다. 일부 언론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변했다고 썼고, 일부는 말을 아꼈지만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지난해 특사 이후 간간히 언론을 통해 최태원 회장의 교회 출석 사실이 보도되곤 했다. 본지는 특사 1년을 즈음해 최 회장이 다닌다는 서울시 동대문구 나들목교회를 방문해 그의 예배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 회장이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건 방송에도 나간 바 있고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지가 교회 관계자와 해당 교회를 방문해 직접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 회장의 교회 출석률은 그다지 양호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교회를 방문한 취재진은 앞쪽에서 예배를 드린 최 회장이 예배 후 경호를 받지 않고 교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나오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교인들도 최 회장을 별달리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현재 최 회장이 출석 중인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나들목교회 외부 전경. 지난달 31일 최 회장은 이곳에서 흰색 폴로 티셔츠 차림으로 경호 없이 예배를 드리고 갔다. 지난 6일 취재진이 다시 교회를 방문했지만 이날은 최 회장을 볼 수 없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가 SK그룹 회장이라는 사실을 교인들이 모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흰색 폴로 티셔츠 차림의 최 회장 역시 그런 분위기가 익숙한 듯 교회를 나와 대기하고 있던 검정 에쿠스에 올랐다. 

지난 6일 취재진이 다시 교회를 찾았지만 이날은 최 회장을 볼 수 없었다. 나들목교회 관계자는 “(최 회장이) 오시다 마시다 하는 것 같다. 출석체크를 하는 건 아니라서 정확히 얼마나 자주 출석하는지는 모르겠다. 오시는 시간도 매번 다른 것 같다. 모든 것을 지켜보는 건 아니라서 어떻게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날 최 회장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김형국 대표목사가 단에서 “점을 보는 크리스천은 크리스천이 아니다”라고 점을 보는 신앙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최 회장을 떠올리게 했다. 최 회장의 신앙생활은 무속성향이 강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돈독해진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13년 9월 항소심 재판 때 김 전 고문과의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내가 뭐에 홀렸던 것 같다. 나 스스로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당시 SK그룹의 한 관계자도 “2003년 분식회계 파동에 이어 믿었던 측근 인사에게 배신과 사기를 당했고 이 같은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반성하는 과정에서 신앙심이 더욱 깊어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는 취재과정에서 최 회장이 지인들에게도 성경을 읽도록 권유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호수 전 부안 군수의 측근은 “김 전 군수가 군산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시절, 의정부교도소에 있던 최 회장에게 ‘예수 믿어라, 성경 읽어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김 전 군수 또한 최 회장의 편지를 받은 이후 성경을 열심히 보고 답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전 군수는 인사비리로 1년6월의 실형을 살고 지난해 말 출소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뇌물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최 회장이 1년 전 출소 당시 왼손에 들었던 성경에 대한 ‘의구심’은 취재과정을 통해 일부 ‘진정성’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출장이나 경영 일정상 교회 출석은 일정치 않아 보이나 그룹 총수가 일반인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예배를 드리는 모습도 진정성을 더하는 요소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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