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백지원 기자] 하버드대 출신 미국인 스님으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펴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현각스님.

스님이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불교’를 향해 쓴소리를 했습니다.

서툰 한국어로 써내려간 글 속에는
한국불교계를 향한 실망감과 일침이 담겨 있습니다.

대체 스님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서울대 왔던 외국인 교수들, 줄줄이 떠난다’는 최근 신문기사를 인용하며
“이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고 100% 동감한다”고 시작한 글.

“나도 이 좁은 정신(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떠날 수밖에 없다. … 주한 외국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커레이션(장식품)이다. 이게 내 25년간 경험이다. 그 외국인 교수님들과 그 4~5년 전에 KAIST를 그만뒀던 노벨상 총장도 마찬가진 생각일 것이다. 참 슬픈 현상이다.”

그리스 선/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는 스님은 이번 8월 중순에 한국으로 마지막 공식 방문한다. 앞으로 한참 동안 서양에서만 머물 것이다. 화계사로 가서 은사스님(숭산스님)의 부도탑 앞에 참배하고 지방에서 행사 참석한 뒤 떠날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님은 환속하지는 않고, 유럽에서나 미국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불교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때를 회상했습니다.

“숭산스님께서 45년 전에 한국불교를 위해서 새 문을 열었다. 나와 한 100명 외국인 출가자들이 그 포용하는 대문으로 들어왔다. 참 넓고 현대인들에게 딱 맞는 정신....”

하지만 이후 25년간 몸담았던 종단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런데 종단(이) 그 문(을) 자꾸자꾸 좁게 만들어서 지난 2~3년간만 한 7, 8, 9 명 외국인 승려들 환속했고 나도 요새는 내 유럽 상좌들에게 조계 출가 생활로 절대로 권하지 못한다. 내가 어떻게 그 조선시대 정신에게만 어울리는 교육으로 이 합리주의 바탕으로 자랑했던 서양 사람들을 (특히 서양 여자들) 보낼 수 있을까? 대신에 난 그 신심 있는 애들이 계룡산으로나 한 유명한 일본 선방으로 보낸다. 다른 서양 스님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불교가 기복신앙,

돈을 추구하는 종교가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숭산스님이 세우신 혁명적인 화계사 국제선원을 완전히 해체 시켰다. 다시 조선시대로 인도 해줬다! 한국 선불교 전세계 전파했던 누구나 자기 본 성품을 볼 수 있는 열린 그 자리를 그냥 기복 종교로 귀복시켰다. 왜냐하면 기복 = $(돈). 참 슬픈 일이다…. ”

이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스님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계종을 떠난다고 한 적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가 한국불교계에 던진 화두만큼은 꽤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가 올린 글에 달린 댓글들
“스님이 이토록 답답한 현실에 고통 받는지 몰랐다”
“한국 불교계의 현실이 안타깝다”

누군가는 하고 싶었고, 해야 했지만 하지 못했던 이야기.
알지만 당연하게 여겼던 오랜 모순들이
푸른 눈의 스님의 입을 통해서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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