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이 26일 개최된 가운데 650여년간 바닷속에서 잠든 유물이 공개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展
650년간 바닷속 잠든 보물
동전부터 금속품·도자기까지
세상 나와 영롱한 자태 뽐내

“선박 이용한 교류·무역 등
역사·문화 연구에 중요 자료”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975년 8월 전남 신안 중도 앞바다. 고기를 잡던 한 어부의 그물에 무언가 걸렸다. 도자기 6점이었다. 어부는 초등학교 교사인 동생에게 도자기를 보여줬다. 동생은 1976년 ‘청자꽃병’ 한 점을 신안군청에 신고했다.

알고 보니 도자기는 중국 원(元)나라(1271~1368)때 용천요(龍泉窯)라는 가마에서 만든 청자였다. 이어 나머지 5점도 신고했다. 650여년이 지났음에도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된 도자기의 존재는 당시 국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얻었다. 몰래 도자기를 건져 올리는 불법 행위가 신안 앞바다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1976년 10월 27일부터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했다. 그 결과 신안해저선의 존재를 확인했다. 1984년까지 9년여 동안 11차례에 걸쳐 배와 함께 실려 있었던 각종 물품 2만 4000점과 동전 28톤 상당의 엄청난 양의 유물이 발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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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복고풍’ 유행

신안해저선은 14세기경 푸젠 취안저우에서 건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신안해저선은 경원에서 출항한 후 일본으로 향하다 제주도 부근에서 폭풍을 만나 다도해까지 떠내려와 침몰한 것으로 추측된다.

신안해저선에 실린 유물은 당시 중국문화와 일본의 기호가 잘 반영돼 있다. 우선 중국 문화 속에 ‘복고풍’이 담겨있다. 신안해저선에서 인양된 도자기와 금속기 중에는 중국 상(商, 기원전1600~1046), 주(周, 기원전 1046~221)의 청동기를 모방한 것이 많다. 북송(北宋,960~1127) 시기에 시작된 방고동기(仿古銅器, 삼대의 고동기를 금속이나 자기로 만드는 것)와 복고풍의 유행은 원나라 초까지 계속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김영미 연구사는 “중국 송나라 때, 고대 삼대 시대의 문화 제도를 회복하자는 복고풍 문화가 유행했다”며 “송대 이후에는 고대 청동기를 모방하는 풍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대 청동기에 대한 애호가는 서민도 많았다”며 “소비자가 많아져 많은 물량을 공급해야 했는데, 대량 생산이 가능했던 게 도자기였다”고 덧붙였다.

◆일본 상류층의 중국 취향

신안해저선에서 발견된 유물 가운데는 차, 향, 꽃과 관련된 기물이 눈에 띄게 많았다. 가마쿠라 막부시대(1192~1333)에 일본은 중국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였다. 특히 중국에서 유행하던 차를 마시고, 향을 피웠다.

또 꽃을 완상하는 문화가 선종 사찰, 가마쿠라 막부의 주요 인사, 상급 무사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 관련된 기물이 대량으로 수입돼 유통됐다. 이런 중국제 물건을 가리켜 ‘가라모노(唐物)’라고 불렀다.

김 연구사는 “당시 일본 상류층은 중국 유물을 수집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 대량으로 유물을 들어왔다”며 “차를 마시거나, 향을 피우거나, 꽃꽂이하는 모습은 일본 14세기 그림 속에도 그대로 담겨있다”고 전했다.

▲ 신안해저선 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이 26일 개최된 가운데 650여년간 바닷속에서 잠든 유물이 공개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고려의 공예문화와 차·향·꽃

송나라(960~1279)의 문화는 고려시대(918~1392)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려는 송나라와 활발히 교류했고, 송의 문화는 고려 왕실과 귀족 문화에 영향을 줬다.

특히 차를 마시고, 향을 피우고 꽃을 감상하는 문화가 전해져 왕실과 귀족의 취향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게 됐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갖춘 공예도 발전했다. 고려청자와 같은 공예품은 차·향·꽃을 즐기는 당시 문화뿐 아니라 중국 고대 청동기의 영향을 반영했다. 이는 예종(睿宗) 때 송의 예제(禮制)를 받아들여 고려의 예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제도와 제기(祭器)가 함께 전해진 것과 관련지을 수 있다.

김 연구사는 신안해저선 유물 발견이 국내에 주는 영향에 대해 “신안해저선 발굴 이후 전라도 서남부 해안 쪽에서 많은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 선박을 이용한 교류, 무역 현상을 연구하는 자료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신안해저선발굴 40주년을 맞아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26일부터 9월 4일까지 개최한다. 신안해저선에서 발견된 유물 중 현재까지 세상에 알려진 것은 5%인 1000여점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현시점에서 전시 가능한 것을 모두 모아 전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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