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웅장하게 펼쳐진 가야산의 산그리메가 장관을 연출합니다. 독용산성에서 바라 본 가야산 능선이 한 폭의 산수화 같지요.
(산그리메: 산그림자, 아스라이 보이는 산봉우리를 일컬음)

고대 가야국의 산신이 있다는 명산 가야산답습니다.

가야산의 성주팔경 제1경인 만물상은 만 가지 형상의 기암과 푸른 수풀이 조화를 이뤄 비경을 뽐냅니다.

그럼 이제 만물상 상아덤에서 시작된 대가야국의 찬란한 문화를 따라가 볼까요.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과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 수륜면에 걸쳐 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오를 곳은 가야산 산신이 머물렀다는 만물상 상아덤입니다.

만물상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펼쳐 보일까 기대 가득 안고 힘차게 올라 봅니다.

30분 정도 올랐을까요. 자태가 남다른 기암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금 더 오르니 조망이 트이고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옵니다.

가야산은 대륙성 기후로 기온의 연교차 일교차가 매우 커서 날씨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특히 지형성 강우로 하계 집중 현상도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오늘 만큼 좋은 날씨도 없는 것 같네요. 시원해서 좋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지 않아서 정말 좋지요.

녹음의 가야산은 ‘왜 이제야 왔느냐’며 감춰뒀던 비경을 한껏 내어 보입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만물상을 오르다보면 야생 식물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야생화부터 고수목까지 바위틈에 뿌리를 내고 자라난 질긴 생명력에 경이로움 마저 느껴집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형승은 천하에 뛰어나고, 지덕은 해동에 짝이 없다”고 가야산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해동은 우리나라를 발해의 동쪽에 있다는 뜻으로 일컫던 이름이지요.

과연, 기암괴석이 산세와 어울려 칭송할 만하지요?

사람 형상, 동물 형상, 둥근 것부터 네모진 것, 곧게 선 바위까지 만 가지 바위가 모여 산세를 더욱 웅장하게 만드니 그래서 만물상인가 봅니다.

한참을 올랐을까요. 높이 올라 바라보니 녹음 짙은 만물상을 덮은 운무가 신비로움을 더합니다.

창조주의 걸작은 눈과 마음에 담아도 모자란 듯합니다.

기독교 경서인 성경 어느 구절에는 창조주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을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하여 저희가 핑계치 못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만물상에 올라 보니 창조주가 만물을 지으신 그 신성한 뜻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고령의 ‘지산동고분군’은 대가야국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유적입니다. 이 고분이 발굴되면서 묻혀 졌던 가야사가 들어나게 됐기 때문이지요.

해발 321m 주산을 중심으로 남쪽까지 능선을 타고 분포한 고분은 현재 704기로 확인됐습니다.

남북을 통틀어 가장 많은 고분이 분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돼 있습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한강 정구 선생은 <가야산기행문>에서
“유람객의 구경거리가 되는 산의 훌륭한 경치는 마음이 어진 사람으로 하여금 산의 오묘한 생성의 이치를 보고 스스로 반성하게 하는 것이며, 높은 곳에 오르는 뜻은 마음 넓히기를 힘씀이지 눈으로 보는 것을 넓히기 위함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한강 정구 선생이 가야산을 보고 읊었던 “천 년 처사의 마음, 말 없는 가운데 합한다”는 말처럼 창조주가 만든 만물 가운데 몸과 마음이 하나 됨으로 비로소 그 고귀한 뜻을 헤아릴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글: 박선혜, 영상취재/편집: 황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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