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7시 서울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예배실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개최한 ‘김영란법,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좌담회에서 패널들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대표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장 이상면 변호사. ⓒ천지일보(뉴스천지)

기윤실, 9월 28일 시행 앞두고 긴급 좌담회 열어
자성 목소리 “부패한 한국교회가 무슨 자격으로 앞장서나”
손봉호 “교회 정화 못이뤄 뼈아프지만 함께하자 외쳐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개신교 내에서 이를 지지하기 위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내수 위축이 우려된다며 김영란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성격이 짙다.

김영란법 추진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개신교 인사들은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공동대표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기독법률가회 사회위원장 이상면 변호사다.

이들은 4일 오후 7시 서울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예배실에서 기윤실이 개최한 ‘김영란법,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좌담회에 참석해 개신교인들에게 김영란법 지지를 호소하며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부정부패를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개신교 내 화두로 떠오른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직무나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회계 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하고,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하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에도 과태료를 부과 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음식물 허용 금액은 음식물은 3만원 이내이며, 선물비용은 5만원 이내, 경조사비는 10만원 이내 등 상한선이 정해졌다. 이에 내수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비판이 일었다. 적용대상은 모든 공공기관 공무원과 각급 학교, 학교 법인, 언론사 등이다.

음식물 접대비와 선물비용 등 상한선이 정해지자 농축산물업계에서는 수요 감소를 예측하며 내수 경기 침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김영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손봉호 교수는 “부패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조금 부패해야 효율적으로 잘 돌아간다며 ‘적당한 부패는 윤활유’라는 말을 늘 써먹어 왔다”고 지적하며 “또 자신이 부패하는 것이기에 피해자가 없는 범죄라고도 하는데, 피해자는 국민전체다. 정당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기윤실 백종국 공동대표도 이와 관련해 농축산업계가 경영방침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비판하고 “부정부패가 없어서 장사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게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김영란법이 뇌물을 받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내수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에 발주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시행 후에도 선물 수요가 별로 감소하지 않는 등 경제적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쓸데없는 접대비가 줄어들고 지하경제가 양성화돼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된 바 있다.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는 “공권력은 약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며 “부패는 공권력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보는 것으로, 결국에는 약한 사람의 등을 치고 착취하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교수는 “부패에 대해서는 기독교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성경에서는 고아와 과부와 손님을 감싸라고 했는데, 부패는 약한 사람을 착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경과도 맞지 않다”고 설명하며 개신교인들이 나서서 김영란법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의 발제와 함께 진행된 토론에서는 이미 사회적 신뢰를 잃어버린 한국교회가 김영란법을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하자는 목소리를 내기에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평신도는 “한국교회가 총회 선거 때 부정부패하고, 금품을 돌리는 부분들이 이미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기독교인이 사회에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더 강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느냐”라며 “그런 부분이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또 “내부적으로 정화가 돼야 외부적으로도 나가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손 교수는 “가슴 아픈 말이다”며 “우리가 교회를 정화해보자고 했는데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너무 뼈아픈 말이다”고 공감했다. 그렇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잘못한 게 많지만 그래도 이것은(김영란법) 통과시켜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자체적으로 부패를 줄여보려고 노력을 하고, 그러나 사회도 바꿔야 한다고 외쳐야 한다”고 정리했다.

한편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2015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OECD 평균 69.6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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