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보고서.."자산규모만 강조하면 시행착오"

(서울=연합뉴스) 은행산업 재편을 위한 시중은행 간 짝짓기로 인해 최대 1만명 이상의 은행 직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3일 '정부의 금융산업 정책 진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1~2개 글로벌 지향 대형은행과 3~4개 중형 은행 재편과정에서는 은행 간 인수합병(M&A)이 필수"라며 "자산규모 400조~500조 원대의 초대형 은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은행을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과 합병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하면 총자산은 499조 원대로 불어나며 점포와 직원 수는 각각 2천140개와 4만6천89명으로 늘어난다.

우리은행을 신한은행과 합치면 자산은 479조 원대에 달하며 점포수는 1천921개, 직원수는 3만1천924명으로 각각 증가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간 합병 시에도 자산규모 394조 원과 1천559개 점포 및 2만8천446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은행이 탄생한다.

또 지방은행의 경우 경남은행과 대구은행, 경남은행과 부산은행 간 합병 가능성이 크고 호남권 은행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간 합병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질적 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은행 대형화를 추진하면 시너지 효과 등의 긍정적인 결과보다 오히려 독과점으로 인한 여러 가지 폐단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점포와 직원의 중복 문제가 심각해져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이고 은행들이 합병 이후 경비축소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간 합병 때 직원을 20%와 30% 감축할 경우 각각 9천218명과 1만3천827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간 합병 후에도 5천600~9천여 명의 인력이 감축될 수 있다.

또 지방은행 간 합병 이후 10~20%의 인력을 구조조정한다면 250~1천명 수준의 인력이 감축 대상으로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보고서는 "호주의 ANZ은행은 2005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대형 은행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글로벌화와 해외은행 합병 등으로 대형화가 진전됐다"며 "우리 정부의 은행 대형화 추진 전략처럼 자산규모만 강조하고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시행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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