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의 차량들의 화재 발생 모습. (왼쪽부터) 지난해 11월 5일 오후 1시 35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월드컵경기장 방면으로 주행하던 BMW 520d(2012년식) 차량이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달 3일에는 동일 차종의 차량이 리콜 조치를 받고 돌아가던 중에 불이 나 차량이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뉴스천지) DB

전기 과열 시연 보이며 “외부 공업사, 오류 가능성” 지적
“화재 차량 절반, 외부 탓” 주장… 기계적 문제 가능성 배제
소방통계, 차량화재 ‘전기요인’보다 ‘기계적 요인’ 더 많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최근 BMW코리아가 자사 차량 화재 사건의 원인을 차량 결함 가능성을 배제하고 외부 정비업체의 잘못 위주로 추정해 알려 논란이 예상된다. 만약에 있을 차량 결함 등의 위험성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BMW 차량의 화재 사건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4건이 국토교통부에 접수됐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고성우 사무관은 “BMW 화재 차량 14건 중 올해 화재가 발생해 조사를 진행 중인 3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원인불명’ 상태다”고 말했다.

하지만 BMW코리아 측은 “완전히 타버려 원인 규명이 어려운 차량을 제외하고 절반은 자체 조사가 가능했다”며 “이들 대부분은 차량 결함이 아닌 외부 공업사 등의 잘못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BMW 차량 화재의 원인을 외부 정비업체의 잘못 위주로 강조하면서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차량 결함 문제가 가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차량에 문제가 있는데 가려지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은 커 보인다.

▲ BMW코리아 관계자가 지난 9일 수원서비스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외부 공업사 등에서의 잘못된 정비로 인한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공: BMW코리아)

◆BMW코리아 “외부 공업사 부품, 화재 원인 추정”

BMW코리아는 화재 차량의 소비자에 보상을 실시하는 등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재 사고 원인을 외부 공업사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자사 차량의 결함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BMW코리아는 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시 BMW 수원 서비스센터에서 ‘미디어 아카데미’ 행사를 일부 언론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전기 배선작업 오류로 인한 화재 발생 시연’도 공개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언론들에 따르면 BMW코리아 관계자는 용량이 작은 전선에 과전류를 흘려보내 뿌연 연기가 발생하는 시연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차량에 이러한 일이 발생돼 알루미늄이나 철과 같은 금속에 접촉되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응태 BMW코리아 AS 총괄 상무는 “모든 화재 사건에 대해 원인을 밝혀내진 않았지만 원인이 밝혀진 경우 대부분은 외부 공업사에서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부품이나 배선작업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차량 화재 원인을 외부로만 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BMW 측은 “화재 원인을 외부 업체 탓으로 돌리려고 시연을 보인 것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BMW코리아 이용석 매니저는 “미디어 아카데미 행사는 화재 사건을 알리려는 행사도 아니었고, 당시 실험도 화재의 원인을 외부 공업사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매니저는 “행사는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알린 것이고, 당시 실험은 위험성을 알리고 외부 공업사에도 기술 공개를 해 사고의 위험성을 줄이겠다는 게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전소된 차량을 빼고 그나마 조사가 가능한 차량에 대해 화재 원인을 자체 조사한 결과 (외부 공업사 등에서) 장착물을 다는 과정에서 잘못됐을 것이라고 추정한 사례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엔진 결함에 따른 누유나 누유로 인한 화재 가능성은 없다”면서 “국내 화재 발생 차량과 동일한 종류의 차량이 해외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BMW 320d 차량 등 13종의 차량이 연료 누유 우려가 있어 국토부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이 또한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BMW코리아는 주장했다. 국토부는 현재 화재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 승용차 화재 사건 요인별 발생 건수 (자료: 국민안전처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천지일보(뉴스천지)

◆전문가 “차량 결함도 배제 못해”

하지만 전문가들은 BMW 화재 발생 차량들이 외부 공업사만의 문제가 아닌 연료 누유 등 결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외부적 요인에 대한 사례만을 강조하고 차량 결함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자칫 진실을 호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병일 국내 1호 자동차 명장은 “블랙박스 등 장착물에 의해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차량 내부 등의) 배선에서 불이 나야 한다”며 “엔진룸에서 화재가 났다면 이는 엔진의 배선 합선, 연료 누유, 오일 누유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엔진룸의 경우 예전보다 온도가 높아졌고 여러 가지가 많이 들어가면서 자연 냉각될 수 있는 부분도 작아졌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화재 이유가 엔진룸에서 연료 누유 등으로 인해 발생될 수가 없다고 100% 장담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며 “연료가 새는 등 발화 가능한 물질이 있으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안전처의 ‘국가 화재 정보시스템’의 자동차 화재 통계를 봐도 연료가 새는 등의 ‘기계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BMW코리아의 실험과 같은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것보다 더 많았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자동차 화재 건수를 분석한 결과 총 2216건 중에서 기계적 요인 607건, 전기적 요인 562건, 원인불명 350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BMW 차량의 몇몇 화재 사건들의 사진과 영상에서도 엔진룸에서부터 연기와 불이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 BMW코리아의 실험처럼 장착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BMW코리아의 주장처럼 화재 발생 차량 중 50%는 차량 결함이 아닌 외부적 요인 때문이라고 해도,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절반의 차량 중에는 차량 결함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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