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문체부
미술계 자정작용 기대 어려워
위작 감정, 전문적 수사 필요해
현재 유통·감정 법 제도 미비

미술계 찬반
문화재사범 엄벌할 장치 필요
전문·과학적 분석팀 구성해야

감정 시간에 비해 수수료 적어
위작 발견·해결 비용 분석해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최근 미술품 위작과 대작(代作)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가 유통 투명화·활성화와 관련해 미술품 허가·등록제와 특별사법경찰 위작 단속 등의 극약처방을 내렸고 이에 미술계가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서울 종로구 이음센터에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유통 투명화 정책 방안을 소개하고 미술계 전문가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먼저 신은향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장은 “미술품 위작 논란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미술계의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유통 및 감정 관련 연구를 해왔으나 결과가 법 제도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논의는 있었지만 미술계 내부에서 자율규제 때문에 해결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이는 논란의 결론 없이 확대 재생산이 반복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체 감정 의뢰 작품의 31%가 위작으로 판정됐다. 전체 연간 판매 건수와 비교하면 위작이 0.76%에 불과하다. 하지만 관련 시장을 보면 위작의 경우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2012년 미술시장 규모는 4400억원대의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2009년 위작 건수는 126건에서 2010년 162건, 2011년 179건, 2012년 190건으로 늘었다.

신 과장은 “미술품 유통 및 감정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하다. 미술 유통업의 설립 운영을 위한 기준이 없고 미술품 판매 시 제공해야 하는 정보 등이 규범화돼 있지 않다”며 미술시장 경매회사들 가운데 일부 회사의 위작 판매와 가격 부풀리기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 그는 “위작의 경우 여러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 전문적인 수사가 필요하다. 민간에 해결되는 자율적인 절차에 의한 판단은 장기간 소요되고 그 기간 위작 논란이 확대 재생산된다. 기존에 적용되는 죄는 사서명위조죄, 사기죄 적용되는데 입증이 쉽지 않고 입증되더라도 집행유예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술품 유통의 투명화를 위해 ▲유통업 허가·등록 기준 마련 ▲등록 및 거래이력 신고제 도입 ▲유통단속반 운영 ▲특별사법경찰 도입 ▲위작 유통 관련 범죄처벌 명문화 ▲미술품감정사제 신설 또는 감정기관 인증제도 도입 ▲‘국가미술품감정연구원(가칭)’ 설립 ▲거래 표준계약서 개발 및 보급 등의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특별사법경찰제도 도입을 위해 문체부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법무부와 협의할 예정이다. 미술품 등록 및 거래이력신고제는 작품·작가·판매자 정보와 거래이력을 신고하는 것이다. 거래이력시고제가 확립되면 추급권 도입이 쉽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프랑스에서는 모든 작품 거래 시 작품 출처(판매 경력)를 신고하는 것이 의무화됐으며, 중국에서는 미술품경영관리법에 따라 미술품 구입·판매 업체는 미술품 출처에 관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 9일 서울시 종로구 이음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안 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미술계 “정책적 개입, 올바른 대안일까”

미술계는 문체부의 이 같은 정책추진이 달갑지 않은 반응이었다. 유통 투명화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세부 방안들에 대해선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윤석 서울옥션 이사는 “공급하는 쪽인 경매나 화랑이 정부의 노력을 충분히 새겨들어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시장이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대안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겠느냐는 고민이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이사는 “거래이력 신고제의 경우 정부가 유통되는 모든 작품을 다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위작 여부 판단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도움이 된다는 전제는 거래하는 분들이 뭘 신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정사 국가자격·국가공인인민간자격 도입에 관해 송향선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감정위원장은 “감정전문가가 감정하고 받는 수수료는 10만∼20만원 선이다”며 “감정하면서 드는 시간에 비해 돈이 적은데 이런 상황을 정부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위작이 매일 수십 건씩 나오는 것도 아닌데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는 게 효과가 있겠느냔 의문이 든다. 발견과 해결 비용 등을 분석해야 한다”며 “강한 칼날보다 제도 정착이 지원된 후 입법화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정부의 대책을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특별사법경찰이 단속하려면 위작을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개념 정리가 돼야 한다”며 “유통 관리법을 통해 문화재 사범들을 엄벌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모든 피해를 막을 수 없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 정도의 법은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국가기관에서 의뢰받은 위작이 3000여점이나 된다. 이 가운데 진품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현실은 심각하다”며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할 수 있는 팀이 구성돼 불미스런 위작 사건을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