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백지원 기자] Honor + Killing? 명예+살인?

명예살인을 아시나요?

지난 6일(현지시간) 현지일간 돈(DAWN)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의 한 마을에서 16세 소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혐의로 마을 구성원 13명이 체포됐습니다. 이를 도운 혐의로 소녀의 어머니도 함께 체포됐습니다.

왜 어린 소녀를 이처럼 가족까지 동원해 끔찍하게 살해한 걸까요?

이들이 내세운 이유는 이 소녀가 애인과 도피하는 친구를 도와줬기 때문에 마을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

바로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범죄입니다.

명예살인이란 가족, 부족, 공동체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입니다.
주로 여성들이 그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제르바이잔, 요르단 등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데요.

얼마나 명예를 더럽혔느냐고요? 
가족 허락 없는 혼인을 했다고 ‘투석살해’
기독교 남편을 따라 개종해서 ‘사형선고’
외간 남자와 통화했다고 오빠가 ‘17세 소녀 살해’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가족이나 지역의 명예 훼손을 이유로 살해된 여성이 지난해 1096명
하루 3명꼴로 '명예살인'을 이유로 희생당한 겁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가해자들은 “샤리아(이슬람율법)에 따른 것”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이 같은 명예살인이 공공연하게 용인되면서
가해자는 거의 처벌받지 않거나
가벼운 처벌만 받는 현실입니다.

이슬람교에서 만든 관습으로 여겨져
이슬람교에 대한 비판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란’에는 이처럼 살인을 정당화하는
내용은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코란의 내용을
과대 해석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만들어진 악습이라는 겁니다.

지난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명예살인을 다룬 영화 ‘강가의 소녀: 용서의 가치’로
명예살인이 재조명 되면서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까지 나서
“정부는 명예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행위를 막기 위해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줄지 않는 현실!
종교의 관습으로 여겨져 묵인되거나
가족 내부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
보고되지 않은 건수는 더 많을 거라는 추산입니다.

종교를 빙자해 범죄를 합리화하는 명예살인을 향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오히려 이슬람의 불명예를 끼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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