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씨 인터뷰

▲ 민들레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뉴스천지=유영선 기자] “네 민들레국수집입니다. 국수는 못 드시는데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은 드실 수 있습니다. 공짜입니다. 그냥 오셔서 드시고 가시면 됩니다. 허허~ 붕어빵에 붕어 들었습니까?”

국수를 먹고 싶어 하는 한 손님으로부터 국수집 위치가 어딘지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에 이 국수집의 주인장은 국수는 없고 대신 밥과 국, 반찬은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연신 식대가 공짜라는 말에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믿기지 않는지 계속 진짜 여부를 확인한다.

이 같은 답변의 주인공은 인천 화수동에서 ‘민들레국수집’이란 무료급식 시설을 7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서영남 씨다.

2003년 4월 1일 단돈 300만 원으로 6인용 식탁 하나를 놓고 인천시 화수동에 식당을 차린 그는 노숙자와 부랑자에게 “사람다운 대접을 해주고 싶다”란 생각으로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제한도 없고 차별도 없어요. 아이부터 노인들까지요. 주로 40~50대 노숙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동네 분들도 오시구요. 지방정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어요.”

서 씨에 따르면 민들레국수집의 실질적 운영자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익명의 후원자들이다.

도움을 주는 운영자들은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쌀부터 주방 세제, 고기 등 식단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후원하고 있다.

후원에 대한 목록들을 일일이 빠짐없이 기록하는 것은 그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그가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면서 세운 철칙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돈에 목숨 걸지 않는 것, 예산 확보에 애쓰지 않는 것, 후원회 조직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동구청에서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면 ‘이런 것에만 써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에게만 급식해라’ ‘동구사람만’ 등 여러 가지 제약과 규제가 생기게 마련이죠.”

천주교 수사 출신인 서 씨는 “세상에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 많다”며 “그것은 사랑과 따뜻한 배려, 행복 등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는 무료 급식하는 곳이 많이 있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하는 데가 그다지 많지 않다”며 “주는 사람의 마음보다 받는 사람의 입장이 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옥에 있는 사람, 노숙자, 가난한 자, 없는 자 등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동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가 국수집을 하기 전에 용산역이나 서울역에 가서 보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고마워하는 것이 없어요.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고… 정말 고마워하는 사람이 변화되는데….”

서 씨는 “배고픈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그들이 받고 싶은 것이 있다”며 “그것은 사랑받는 것과 대접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동정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겉보기는 비슷하지만 받는 사람은 사랑인지 동정인지 알거든요. 잘난 내가 못난 너에게 불쌍해서 주게 된다면 그것은 주는 사람의 입장에선 폭력이요,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예속 거지가 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다가오는 설 연휴, 그는 손님들의 끼니를 걱정하며 벌써부터 손님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우리 손님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정말 괴로워요. 명절 전날과 그 다음날은 반드시 문을 열어야죠. 허허허!”

자신의 삶보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을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온 그가 오염된 공기 속 맑은 공기청정제와 같은 그의 삶으로 소외되고 힘든 이웃들에게 더욱 희망을 전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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