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자유당 지지에 이름을 올린 대형교회 목회자들. 기독자유당이 발송한 문자 메시지에 명시된 지지 목회자 리스트에는 한기총 증경대표회장 8명 중 5명의 이름이 올랐으며, 명예회장 3명과 공동회장 1명의 이름도 올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기독자유당 공약 살펴보니, 기독정당에 기독교정신은 없어… “정책·인물 상실”
동성애 차별금지법 반대, 간통죄 부활, 이슬람 특혜철회 등 혐오공약만 가득
비례대표 후보는 ‘사이비종교특별금지법’ 제정 의사 밝혀… 신천지부터 규제?

한기총 대표회장 직접 나섰지만 득표율 2.64%(62만표) 그쳐, 그래도 역대 최고
기독자유당 약진 이유, 기득권·생계유지 고민하는 목회자들 속내 읽은 공약 덕?
한기총 등에 업고 기독교정신 없는 기독정당 국회 입성할까 벌써부터 우려 확산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국민 여러분, 1200만 성도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최대 위기는 동성애 범람과 이슬람 침투입니다. 우리가 국회에서 꼭 막아내야 합니다. 비례대표는 기호 5번 기독자유당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가 지난 4.13총선에서 기호 5번으로 등록한 기독자유당의 홍보영상 첫 화면에 등장해 이같이 말했다. 위상이 약화됐다고는 하나 한국교계에서 여전히 대표 연합기구로 꼽히는 한기총의 수장이 정당 도전 행보에 공개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정교분리 원칙에 비춰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행보였다.

지난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은 한기총 등 교계 연합단체와 주요 교단장의 열성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야심차게 비례대표 후보 10명을 등록하며 국회 입성을 꿈꿨다. 그러나 비례대표 두 석을 얻을 수 있는 최소 득표율 3%에 못 미치는 2.64%, 유효표 62만 6000표를 얻었다.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역대 최고 득표율이었다.

애석함에 역대 가장 높았던 유권자 투표율과 13번 기독당을 원망하기도 했다. 기독당과 연대했다면 기독당이 얻은 0.54%(12만 9000표)를 더해 충분히 원내 진입의 꿈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자유당의 약진으로 차기에는 원내 진입이 사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계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타적 공약으로 결집… 神의 이름 빌려 ‘자리 지키기’

이번 선거에서 기독자유당은 동성애 차별 금지법 반대, 간통죄 부활, 이슬람 특혜 철회 등 ‘혐오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술 더해 기독자유당 비례대표 4번이었던 고영일 후보는 총선 하루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입성하면 ‘사이비종교특별금지법’ 제정에 나서겠다며 역시나 혐오공약을 내걸었다. 국민일보는 법이 제정되면 신천지교회나 하나님의교회가 1차 규제대상이 될 거라는 해설을 달았다.

기독자유당이나 기독당, 두 기독정당의 공약 중 ‘원수도 사랑하라’했던 기독교 정신을 담은 공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슬람으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까, 소위 자신들이 이단이라 규정한 신흥종단으로 인해 밥줄이 끊길까 염려해 법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려는 속내가 엿보이는 공약만 가득했다는 비판이 넘쳤다. 그러나 이슬람이나 신흥교단을 저지하는 법안은 이들에겐 ‘생계유지’를 위한 몸부림의 발로이며, 이런 배타적 공약이 이들을 하나로 결집시킨 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런 결집에도 기독자유당이 원내 진입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 교회연합신문은 “정책도 인물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 정신을 상실한 배타적 공약과 한국교회를 대표할 만한 비례 대표 후보를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 지난 4.13총선 때 이영훈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직함을 걸고 기독자유당 홍보 영상에 나와 지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기독정당과 한기총의 남다른 인연

한기총은 왜 이번 선거에서 기독자유당의 후원자로 나선 걸까. 이는 기독정당의 역사를 살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2004년 기독정당의 시초가 되는 ‘한국기독당’을 창당한 장본인이 이영훈 목사가 당회장으로 시무하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였다.

조용기 목사도 한기총 명예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용기 목사는 2004년 정교분리를 주장했던 종전의 입장을 바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대표였던 김준곤 목사와 함께 한국기독당을 창당했다. 당시 조 목사는 호기롭게 600만표를 장담했지만 득표율은 겨우 22만표, 1.07%에 그쳤다.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기독자유당엔 과거 한국기독당을 지지했던 보수개신교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기독자유당이 현직 국회의원을 영입해 5번이라는 앞 번호를 받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사기충천(士氣衝天)했다. 이런 기독자유당에 기독정당의 국회 진입을 숙원으로 여긴 한기총이 참여한 것은 당연했던 셈이다.

◆한기총의 2000년대 정치 행보

2000년대 초반부터 조용기 목사가 소속된 한기총은 한국사회 보수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치적 행보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주한 미군 장갑차에 의해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국내 반미 정서가 확산하자 이듬해 1월 한기총은 교인 10만명을 결집시키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주한 미군 철수 반대, 종북 척결 등을 외쳤다.

또 2006년에는 사립학교 개정을 반대하는 보수 집권당의 주장을 대변하며 ‘대한민국을 위한 비상구국기도회’를 열었다. 주요 인사들은 삭발도 서슴지 않았다.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2012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편에 서며 보수진영을 대변했다. 한기총의 지속적인 정치적 행보는 2009년부터 한국교회 내 한기총 해체 운동을 불러일으킨 한 요인이 됐다.

2011년도엔 실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개신교내 여러 단체가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를 조직하기도 했다. 고신대 석좌교수인 손봉호 교수도 직접 나서서 한기총 해체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독교정신 없는 기독정당 입성할라, 우려 확산

미국의 경우 누가 집권하든지 기독교적 배려 정신을 앞세워 정치를 펼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독정당의 경우 기독교적 가치관은 없고, 신의 이름으로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배타성만 합리화하고 있다. 이는 기독정당의 국회 입성을 우려하는 주이유가 되고 있다. 또 이런 기독정당을 배후에서 지지하는 한기총도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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