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주호성이 1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빨간 피터’ 제작발표회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장나라 아버지’로 더 유명한 배우 주호성(66)이 원숭이로 분해 무대에 올랐다. 일인극 ‘빨간피터’의 원숭이 ‘피터’ 역을 맡은 주호성은 한국에서 오랜만에 하게 된 공연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한국 관객 만나서 마음이 벅찹니다. 옛날에 했던 것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관객을 만나는 날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어요.”

14년 전 딸 장나라의 중국진출을 지원하는 등 기획하기 위해 중국으로 간 주호성은 이후로 한국의 무대에는 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8년 처음으로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빨간피터’로 중국 관객 앞 무대에 올랐다.

주호성은 “(장)나라가 당시 ‘소천후(小天后)’라고 불리며 인기 최정상 한류스타로 등극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중국에서 ‘천후’ ‘천황’이라는 애칭은 영화, 광고, 드라마, 음반 4분야를 인정받아야 불려진다”며 “나라가 소천후로 불리니 중국 사람들에 대한 저만의 답례가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 연극 ‘빨간 피터’로 돌아온 배우 주호성이 18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연습실에서 천지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는 “중국말로 연극을 하기로 했다. 지인들이 그냥 편하게 한국말로 하고 중국어 자막을 띄우라고 했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며 “인간의 말을 배운 원숭이 역이었기 때문에 약간 어설퍼도 관객들이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더 나이 먹기 전에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2~3년 지나면 하고 싶어도 기운 없어서 못 할 텐데 70살이 넘기 전에 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어요. 주변 분들이 그런 얘기해서 용기를 내서 하게 됐습니다.”

그는 왜 이토록 오래 무대에 오르지 않았을까. 그는 연극을 하던 중 공연 후 돌아간 관객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무대에 서는 것은 3년 정도 자제 하자는 생각으로 연극을 중단했으나, 장나라의 중국 진출과 맞물리게 되면서 잠시 손을 놓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연극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전했다.

주호성은 “중국 활동할 때 연극은 하고 싶고 마음에 미치겠더라. 그래서 중국에서 연속극 영화 출연한 것”이라며 “한국 관객 앞에는 10여년 만에 서는 것이지만 저의 입장에선 관객을 계속해서 만나고 있었다. 다만, 언어 전달 수단이 다른 관객을 만났다”고 전했다.

▲ 배우 주호성이 1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빨간 피터’ 제작발표회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인극 ‘빨간피터’는 이미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고 추송웅씨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주호성이 ‘빨간피터’를 중국어로 번역·각색하고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

그는 “원작을 근거해서 쉽게 풀었다. 원작이 아카데미회원에게 드리는 보고서다 보니까 너무 문학적이고 학술적어서 관객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며 “현대적으로 느끼고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 원숭이가 언어를 배웠다고 한다면 컴퓨터를 사용하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관객에게 보고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나이 66세. 무대 위의 그는 나이를 잊고 열정을 쏟아낸다. 그의 딸 장나라는 중국 공연을 본 뒤 “체력이 되겠어? 조심해 할 수 있는 거를 해”라며 그의 건강을 걱정했다.

“기회가 되면 계속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을 만나는 날에 기쁘게 해드리는 게 저 목표입니다.”

주호성의 일인극 ‘빨간피터’는 지난 23일부터 오는 4월 3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예그린시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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