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의 세금을 물쓰듯 하는 방만한 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2005년에는 용인시가 1600억 원을 들여 8만㎡에 지하 2층, 지상 16층 규모의 호화청사를 지었다. 지난해 말에는 성남시가 7만 5천㎡ 부지에 총 사업비 3천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9층의 매머드급 청사를 지어 빈축을 산 바 있다.

일부 수도권 지자체를 제외한 대다수 지방정부가 재정자립도가 평균 50%를 겨우 넘는데도 최소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호화청사를 짓는 무책임한 행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안양시의 경우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지은 지 14년밖에 되지 않은 청사를 허물고 100층짜리 초고층 청사를 짓겠다고 이필운 안양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이 시장은 100층짜리 청사를 시의회, 비즈니스센터, 컨벤션센터, 호텔,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복합건물로 신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모한 발상이다. 안양시 주변에 있는 47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도 텅텅 비어 있는데 무슨 수로 100층짜리 건물을 다 채워 수익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지방 정부의 재정 악화는 결국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빚으로 전가된다. 인천의 경우 채무액이 2조 원대를 넘었고, 다수의 지자체들은 재정상황이 악화돼 부채로 허덕이고 있다.

지출은 계속 느는데 수입은 줄어들고 있으니 견딜 재간이 없는 셈이다. 현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지자체 수입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취득세와 등록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대폭 감소했다. 반대로 노인 인구 증가와 저출산 대책 등과 관련된 사회복지에 필요한 지출과 난무하는 지역축제 등으로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러다간 지방 정부가 파산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올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내세운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년이자 제5기 지방자치선거가 실시되는 뜻 깊은 해이다. 지방자치제는 각 지역의 문제를 그 지역 주민들이 뽑은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해결하자는 취지로 1991년 40년 만에 부활한 야심찬 출발이었다.

성년을 맞이한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겉만 그럴 듯한 호화청사 건축이나 지역축제에 연연하지 말고 민생을 챙기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 주민을 상전으로 떠받들라는 주문은 하지도 않겠다. 다만 내 가족, 그리고 내 가족의 피 같은 돈이라는 사실만 주지한다면 선심 행정, 공도(公盜)라는 말은 듣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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