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한은 평화협정, 6자회담, 정상회담, 경제지원,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 등의 사안을 놓고 남한과 미국의 판단을 저울질 하느라 수차례의 해안포 사격이 있었다. 이는 NLL 북측지점에 탄착점을 한정시키는 자제력은 보였으나, 해안포 사격을 통해 호소와 압박, 대결과 대화를 결정하라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일련의 무력시위였다.

또 국내정세의 많은 악재 속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기간 외교력을 통한 많은 외교적 수확을 거둬들였다. UAE에 우리 기술로 만든 200억 불 원전수출을 성공시킨 데 이어, 지난달 24~27일 국빈 자격으로 인구 12억의 인도를 방문, 인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협력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합의했다.

또한 인도 원전 수출을 위한 양국 정부 간 원자력 협정 체결이 필요함을 공동인식하게 되므로 협정체결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특히 인도는 현재 17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며, 6기를 건설 중에 있으며, 추가로 40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은 최고의 경제효과를 기약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어 세계경제인 포럼인 다보스포럼(WEF)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양자 또는 다자간 외교활동을 통해 G20정상회의 개최국의 정상으로서 ‘글로벌 경제 리더십’ 과 글로벌 리더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와 같은 이 대통령의 근래 순방외교를 통해 얻은 결과는 북한을 대화 내지 회담장으로 끌어내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북핵문제에 관해 ‘그랜드 바겐’ 즉,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일괄타결방식의 원칙을 다시 한 번 인지시키면서 국제적 동의와 동조를 함께 얻어내며 북한을 은근히 압박하며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 미국 캠벨 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정부의 긴밀한 공조와 노력에 의견의 일치를 봐 왔다. 또 북핵문제 논의를 위해 9일부터 12일까지 린 파스코에 유엔 사무차장과 김원수 총장 특보 겸 비서실 차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자격으로 평양 방문을 예정해 두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남한은 물론 국제적 움직임의 발로는 무기 수출이 막히고, 원조가 끊기고, 화폐개혁의 실패로 인한 북한의 최악의 식량난이란 절박한 현실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절호의 기회임을 인식한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적 노력과 분위기에서도 북한은 4일 이번엔 서해에 이어 동해까지 5곳의 해상사격구역을 선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마지막 자존심과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와 같이 한반도 내지는 한국을 향한 세계적 움직임이 고무적인데 반해 미국의 대만 무기수출과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라마 접견으로 빚어진 미국과 중국과의 힘겨루기는 미-중 관계는 물론 세계질서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웃 일본 역시 자동차의 거듭되는 리콜사태 즉, 도요타의 일본 17만대, 미국 10만대 등의 전량 리콜 조치 등 세계 자동차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는데 비해 일본은 궁지에 몰리는 신세가 되고 있다.

원가 절감이란 가격경쟁에선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가져왔지만 결과적으로 제품 결함 즉, 이미 3년 전 브레이크 급발진 결함을 알면서도 방치한 부도덕적 경영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도요타에 이어 혼다 역시 64만 6천대 리콜 사태는 일본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일본의 자존심인 항공회사 JAL기, 세이브 백화점 등 대형 간판 기업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으며 경제 전반에 디프레이션의 검은 그림자 또한 짙게 깔려 있다.

이렇듯이 한반도는 물론 주변 강대국 그리고 국제 정세 등 모든 상황은 예측을 불허할 만큼 긴박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한국의 위상과 역할은 자의든 타의든 높아져만 가고 있음을 억지로 부인할 필요는 없다. 세계경제를 리드해 가던 국가들은 외려 한국의 경제지도력에 의존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세계의 경제를 평정하기 위해선 글로벌 경제 지도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글로벌적 정치 내지는 통치철학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국제적 위상을 앞두고 우리의 정치적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기 때문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 했다. 먼저 우리를 읽고 나아가 세계를 읽을 수 있는 마인드를 이 나라 정치인을 포함 지도자들에 주문하고 싶다.이해와 양보, 타협의 지도력과 지혜를 요구한다.

온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만심은 금물이며 차근차근 조심조심 계획하고 준비하여 일류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수 내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주변 선진국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인류 공동의 번영을 염두에 둔 정책이 모색돼야 한다.

7일부터 10일까지 국빈자격으로 방문할 독일 퀼러 대통령은 연합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에 갑작스런 통일이 올 수도 있다고 하면서 “21세기 지도자는 자국의 이해를 넘어 전 세계적 책임을 인식하고 협력적인 세계정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 대상이 바로 한국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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