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결함으로 봐야”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들어서까지 BMW 520d, 기아자동차의 K5 등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차량 화재가 제조사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보험회사(원고)가 완성차업체 쌍용자동차(피고)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223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앞서, 쌍용차 렉스턴 차주 A씨는 2011년 6월 차량을 구입해 1년여간 타다가 도로 주행 중에 자신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A씨는 지방의 한 소도시 시내를 운전해 가던 중에, 옆 차량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면서 차량에 불이 난 사실을 알려줬다. 당시 A씨는 차를 세워서 살펴보니 엔진 쪽에서 불꽃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급히 차는 갓깃에 세워졌고, A씨는 불을 끄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불은 소방대가 오고 나서야 끌 수 있었다. 차량의 엔진과 그 주위는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이 차량의 주행거리는 8000㎞ 밖에 되지 않았다.

A씨는 보험사에 자차손해보험금을 청구해 2594만원을 받았다.

이후 보험사는 A씨 차량의 화재는 “자동차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며 쌍용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쌍용차는 운전자 A씨가 차량을 구입한지 1년이 지났고, 두 차례 자동차 사고로 범퍼와 램프, 펜더 등을 교환해 이번 화재 발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고 자동차 회사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운전자가 정상적으로 차량을 운행 중이었고 엔진과 같은 핵심 부품은 자동차 회사의 지배영역 안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문가에 의한 조사나 피고(쌍용차)의 자체 조사에서도 운전자의 과실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고, A씨가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엔진과 같은 핵심 부품은 피고의 배타적인 지배하에 있는 영역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피고는 ‘A씨가 이전에 차량에서 타는 냄새를 맡았을 때 점검을 하지 않은 과실을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자동차의 하자는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차량을 해체해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며 완성차 업체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확인했다.

▲ (왼쪽부터) 지난해 11월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월드컵경기장 방면으로 주행하던 BMW 520d(2012년식) 차량이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11월 3일에는 동일 차종의 차량이 리콜 조치를 받고 돌아가던 중에 불이 나 차량이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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